우양미술관에서는 지난 4일부터 오는 7월 11일까지 심리적 오브제(Psyco-objets) 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미술관 앞 조각공원에 설치돼 있는 대형조각 ‘자화상’ 의 작가 쟝 피에르 레이노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심리-오브제’에서 출발한다.
오브제란 물건을 뜻하며 사유하는 주체가 인지하는 대상으로서 정신적인 것이 포함된 대상을 일컫는다. 이를 위해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작품을 통해 무엇을 감상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 감상의 대상 자체를 전복해 보기를 권한다. ‘작품을’이 아닌, ‘감각하고 있는 자신을’감상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 관람자에 방점을 두었다.
이는 미술계를 지탱하는 미술관-작가-관람자 3자의 상생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모색해보고자 시작된 것. 미술관은 현업작가에게 지속적 창작의 현실적 동기를 부여하고 관람자에게는 미술계를 지탱하는 한 축으로써 적극적인 역할의 자각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전하고자 했다. 미술관 역시 작가와 관람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입과 배설이 가능한 유기체로 살아 숨쉬기를 기대한다.
이번 전시는 김택기, 노동식, 정승 등 작가 3인의 작품으로, 대부분 설치미술의 형식을 취했다.
연극적 요소가 강한 설치 형식은 신체적이고 심리적인 가치를 공감각적으로 수용케 한다. 개별주제 보다도 작품 대면시 ‘시적 감수성’이 즉각 감지되는 작품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작가마다 독특한 개별성과 작품의 특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
1층에 노동식 작가는 솜 재료로 익숙하다. 스스로 솜을 먹고 자랐다고 하는 작가는 솜틀집을 운영하신 아버지의 온기를 솜 이라는 매체로 시각화 했다.
잡을 수도 형체도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인간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 그 강력한 힘은 작가에게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여 작가로서 생존을 가능하게 하였다. 찰나적 순간에 각인된 감정을 간직하고자 하는 욕구는 작가 작업에 있어 소재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2층 초입에는, 현대 산업사회의 소비재를 예술적 효과로 번안한 정승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다. 생존을 위해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사회적 소비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작가는 자동차, 네온, 콘센트, 경광등, 플라스틱 로봇인형 등을 통해 작가적 태도가 반영된 오브제를 제작한다.
마지막으로 김택기 작가는 철을 매개로 차이와 충돌을 감각적으로 제시하며 기존의 의식세계의 변이를 도모한다. 차가움과 뜨거움, 금속과 불, 선(line)과 덩어리(Volume), 비움과 채움, 로봇과 음악 등 언뜻 배타적으로 인식되는 경계의 지점에서 발견되는 제3의 감각의 추구다.
이번 전시에서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그의 초기작업인 ‘에너지’시리즈를 통해 ‘연주하는 태권브이 시리즈’로 알려진 조형성의 단초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