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신춘문예 첫 소설 당선자이자 첫 소설집을 발간한 서유진 작가(61). 강동면 모서리에 살면서 지난 13년간 경주시립도서관을 자신의 작업실 삼아 치열하고 열렬히 소설을 공부하고 써오던 서유진 작가가 첫 단편소설집 ‘하프 턴’을 최근 발행했다. 그의 생애 첫 소설집에는 총 11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지금까지 발표한 단편소설들을 묶었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이웃이다. 불치병과 싸우면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고 가족을 위해 현실과 맞선 사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쫓는 사람, 영원한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까지...,
이번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하프 턴’에서 서 작가는 재즈댄스의 기본 스텝 중의 하나인 ‘하프 턴’을 통해 인생과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남성적인 작가의 글 체질을 예술적 미학적으로 바꿔 보려는 그의 야심작이기도 했다. 영원한 사랑을 추구하는 독자들이라면 아마도 이 소설을 읽고 머리를 끄덕이리라.
이 밖에도 등단작이면서 아름다운 여자는 어떤 여자인지 물음을 던지는 ‘총각선생, 짱생의 하루’, 지나친 욕망 때문에 스스로 허물어지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말바위 산의 남자’, 도시 뒤편 달동네를 방문하고 난 후 어쭙잖은 연민을 버리면서 쓴 ‘안개꽃’ 등이 있다.
오양호 문학평론가는 “서유진의 첫 소설집 하프 턴을 통독하고 나서 받는 첫 느낌은 무엇인가 소리 없이, 그러나 그것이 소용돌이치며 다가오는 ‘어떤 것’이다. 메인 캐릭터건 마이너 캐릭터건 그들은 삶의 한가운데에서 역경과 대거리를 하고, 그런 삶을 묘사하는 문체는 단문으로 인물을 바짝 따라붙는다. 등장인물들은 보증금 없는 월세 십만 원 빈민가이거나 달동네에 산다. 그렇지 않은 인물들은 문학에, 춤에, 사랑에 순사하듯 삶의 묘망(渺茫)을 건너고 있다”고 평했다.
서 작가는 “짝사랑 하면서 연애편지 보내듯 쓴 글을 묶었다. 내 마음속에 깃들었던 아름다운 삶에 대한 열망과 진실, 무지막지한 순수성과 거침없는 용기는 습작기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서 젊은 시절을 일본어 교사로 지냈다. 13년 전 안정적인 교사직을 그만 두고 작가의 길을 택한 그는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었다. 글을 쓸 때 만큼은 행복하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글을 쓸 각오”라고 했다.
경주의 무명 작가군 중 한 사람으로 2013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총각선생, 짱생의 하루’로 등단하며 소설가의 꿈을 이뤘다. 2013 문학나무 봄호에 실린 ‘집으로 가는 길’, 2013 문학시대 봄호 ‘말바위산의 남자’, 2013 동리목월 가을호 ‘막대꼭대기 이야기’ 2014 한국소설 4월호 ‘안개꽃’등 총 11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출판은 문예바다. 값 1만2000원.
사람과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서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주목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