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살아 숨 쉬는 경주. 삶과 죽음이 공존하며, 어우러져 오목조목 모여 능과 주택, 길과 길이 골목으로 연결되어 마실(마을)이 된 곳 경주!
집으로 가기 위하여 마을 입구에서 책가방을 흔들며, 봇짐을 메고 걸어간 곳이 골목이다. 골목에 들어서면 고향의 앞마당에 한걸음 다가온 것 같은 가슴 벅찬 그리움을 까치가 반갑게 맞이하여 주는 곳, 경주의 골목길을 돌아본다.
영희와 철수가 함께 말뚝 박기하고, 고무줄놀이하며, 문방구와 만화방에서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나누며 어른과 조금의 거리를 두고 싶은 곳, 그곳이 바로 경주의 골목길이다. 초인종을 누르고 냅다 달려 숨던 곳, 바람 빠진 축구공이 창문을 깨고 주인의 고함에 가슴을 잡으며 줄행랑을 치던 골목길.
골목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리움과 고향의 향수가 있다. 이런 골목에 세대가 공감하고, 놀이가 자연스러움으로 표현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까치라고 하는 길조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이현세 작가님이 생각이 나고, 그의 캐릭터들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경주 월성초, 경주중, 경주고를 졸업하여 거성이 된 이현세 작가. 시대와 역사, 계층간 삶을 만화로 창작하여 표현하고, 드라마와 영화로 각색되어 온 국민의 사랑을 받으신 분이다. 경주에 이 분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좋겠다.
경주는 천년 고도 역사와 문화 유적이 관광자원화 되어 있지만, 골목길을 형성하고 있는 마을을 관광자원화하는 개발행위에 대해서는 각종 제도와 규범에 의하여 제한되고 있다. 특히 고분에 인접한 동부사적지 주변의 마을은 40여 년 변화 없는 길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의 뿌리를 재조명한 천국의 신화를 중심으로 과거를 표현하고, 삼국통일 이후 신라인과 고려인, 조선인, 한민족이라는 대서사시를 골목에 담아내어 기존 지면에서 본 만화와 스토리를 황남동 일원 골목길에 숨겨 두고, 최초의 환타지 남벌을 통하여 미래의 가상 세계를 숨겨 두는 골목에 문방구와 캐릭터 샵, 만화방, 젊은 작가들의 창작실을 형성하고, 기념품을 만들어 지역 주민의 소득을 증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어우르는 볼거리 중심의 골목이 아닌 체험하고, 학습하여 창작하는 유익한 추억을 담아 갈 수 있는 곳 경주의 골목길 ‘이현세 까치 골목길’ ‘이현세 거리’를 조성한다면 대구의 방천시장 김광석 거리보다 서울 북촌의 한옥마을 보다 전주의 한옥 마을 보다 더 세련되고,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주말에 만난 이현세 작가님과 우연히 2층 다락방 같은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참 창을 바라보시며 하신 말이 기억이 난다.
“능과 한옥, 아래에서 보는 능이 아닌 눈높이에서 보는 능이 마치 100년은 되돌아온 느낌”이라고 하는 말씀에 우리의 경주 자원 능과 한옥, 골목길이 겹쳐지고 가슴 설레이게 한다.
현재의 마을과 과거의 유적 및 문화재가 공존 하며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동선을 설계하고, 인물 중심이 아닌 스토리 중심의 거리를 조성하여 지역과 주민, 관광객이 화본역에 조성된 7080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선녀와 나무꾼 같은 테마관광지가 아닌 생활 중심, 삶 중심의 거리를 익숙한 까치캐릭터와 화실 속, 만화 속 풍경을 표현하는 설계작업에 동참을 하고 유능한 전문가를 함께 보자고 하시는 약속과 열정에 밤이 새고, 날이 밝아 오는 오늘까지 그 메시지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우리 경주에도 많은 시련과 어려움이 참여와 소통으로 이어져 이현세 작품의 과거, 현재와 미래의 골목길, 이현세 거리가 조성 될 수 있을 날을 기대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