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이미 전국적으로 포화 상태다. 그러나 전국 어느 길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보문호반길이 지척에 있다. 보문관광단지 보문호수를 온전히 한바퀴 돌아볼 수 있는 8㎞의 보문호반길! 우리가 지나쳐 차로만 다녔고 외면했던 보문호수길을 한 번 걸어 보라. 자주 봐왔던 호수를 한 바퀴 걸어 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과 시간을 내어 자전거를 타도 좋고 걸어도 더욱 좋은 이 길은 경주에서 사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배가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뷰 포인트가 여러 군데 있어 지루하지 않았고 평이하면서도 호수 지형 자체의 곡선길을 따라 걷는 묘미는 탁월했다.
곳곳에서 경관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내뱉다 보면 어느새 호반길 도착 지점에 와 있을 것이다. 시민과 관광객의 휴식을 유도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탄생한 그 길을 따라 이제부터 출발~~~.
-2010년~2014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리모델링 사업 추진, 새롭게 탄생한 ‘보문호반길’
다행스럽게도 지형과 다양한 수종을 존중해 잘 보존하고 최대한 살린 이 길은 그래서 더욱 자연친화적인 길이었다. 오리배를 타고 함박 웃음을 짓는 가족들과 연인들은 마냥 즐거워 보였고 사방 어느 지점에서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도 모두 작품이 되었다.
경상북도관광공사가 운영, 개발하고 있는 보문관광단지는 연간 1천만여 명이 찾는 관광단지로 관광패턴 변화에 발맞추어 최근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1979년에 개장한 보문관광단지는 보문호수를 중심으로 특급호텔, 콘도, 골프장, 오락시설 등을 갖춘 총면적 851만5243㎡의 국내 최고 관광단지다.
하지만, 개장 이래 노후화된 관광시설과 볼거리 및 특히 야간 관광상품이 부족해 관광단지로서 다소 정체된 이미지였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일환으로 2010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5개년 계획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 새롭게 탄생한 보문호반길은 그 중심에 있다. 데크교량 3개소, 전망·수변데크 각 1개소, 징검다리 1개소 등이 포함돼 있다.
경주월드에서 동궁원 산책로까지 있었던 기존 산책로를 새롭게 단장하고 호수를 건널 다리가 없어 2013년 아치형 물너울교를 만들어 경주월드 뒤편부터 명활산성 방향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새롭게 조성했다. 또한, 단조로울 수 있는 보문호반길에 무빙아트 조형물, 수상공연장앞 워터스크린과 더불어 가로수마다 형형색색 조명을 설치해 낮과 밤이 아름다운 길로 만들었다.
-보문호반길 연결한 물너울교...보문단지 새로운 랜드마크
보문호 여수로 80m위를 횡단해 설치된 총길이 130m인 물너울교는 2013년 11월 ‘보문호 순환탐방로 걷기대회’때 첫선을 보였다. 물너울교 위 양쪽 맞은편에서는 동궁원이 아래로 내려다보기도 하고 멀리 호텔가와 호수변 아름다운 곡선을 따라 벚꽃이 만개해 있는 장관을 조망할 수 있었다. LED 투광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시시각각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면서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다리를 걸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됐다.
조명은 일몰 후부터 저녁 11시까지 가동된다고. 이 곳 물너울교는 야간에 더욱 환상적이라고 한다. “밤 되면 더 예뻐요. 밤엔 그림이예요. 그림!”하는 시민은 특히 연인과 데이트하기에는 금상첨화인 장소라고 일러준다.
-수상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공연, 매월 음력보름에 만나는 ‘보문호반 달빛걷기’
수상공연장에서는 보문관광단지를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4월 한달동안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오는 11일에는 ‘하늘호’의 통기타 노래공연 13일~ 14일은 무용, 아쿠아포닉스 등 세계물포럼 문화행사, 25일은 ‘행복예술공연단’의 색소폰, 민요가 각각 저녁 7시에 펼쳐질 예정이다.
‘보름愛는 보문愛‘ 보문호반 달빛걷기는 매월 음력 보름밤 보문에서 보름달을 보며 보문호반길을 걷는 달빛걷기 행사다.
김병찬 홍보팀장은 “지난해 3월부터 매월 음력 보름에 개최하고 있는 보문호반 달빛걷기는 보문호수에 떠있는 보름달을 보며 호반길을 걷는 걷기 행사로 매회 마다 1천여 명 이상이 참여해 성황을 이룬다”고 했다.
-건축물은 자연과 함께 하나의 풍경이 되고 최고의 색 궁합은 감탄사 연발케 해
지인들과 함께 선착장에서 출발한 우리 팀은 현대호텔, 보문수상공연장, 선덕여왕포토존, 물향내 쉼터, 콜로세움이 있는 식당가를 지나 물너울교, 돌징검다리, 호반교라는 데크로 만든 다리를 지나 호반광장에 도착했다. 일행 모두 이 길을 처음 걸어본다며 그 미학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봄 날씨 치고는 너무 쌀쌀해 애를 먹었지만...,
11시 25분에 출발해 오후 2시 30분에 선착장으로 도착했으니 꼬박 세 시간이 걸린 것. 선착장에서 현대호텔까지는 북적였다. 수상공연장 이후부터는 인적이 뜸해지면서 이 길을 산책하는 탐방객들만이 걷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다 이 길을 완보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탓이었으나 호반길은 이제야말로 시작인데 안타까웠다. 호수속에서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 가지엔 연한 연두 잎이 뾰족이 나오고 있었는데 연분홍 벚꽃과는 최고의 색 궁합을 자랑했다. 오후 2시를 넘기자 분수쇼가 펼쳐졌다. 호수 속에선 물고기 떼가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도 보였다. 산책으로 건강을 챙기고 자연친화적인 풍광은 치유로 작용했다.
호반교 위는 선착장 부근이어선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였다.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삼삼오오 사진을 찍고 경관에 탄복했다. 호반길을 걷는 내내 각도에 따라 앵글이 변하는 다양한 풍광은 걷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했다.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호텔들은 벚꽃들과 아련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이들 건축물은 자연과 함께 하나의 풍경이 됐다. 돌징검다리를 건너는 재미 또한 쏠쏠했고.
호숫가 언저리 늪지대에는 여러 식물군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봄기운이 완연한 호수길을 걷는 볼거리를 더욱 다채로워 보이도록 했다. 수녀님과 비구니 스님들도 호반길을 찾아 봄의 호수 풍경을 찍느라 사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수상 공연장 앞 작은 편의점 사장은 “이 시즌이 가장 붐빈다. 벚꽃이 지는 동시에 손님이 격감한다. 이곳은 경주 시민보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가을시즌도 꽃들이 만개하는 봄을 따라오지는 못한다”면서 커피와 어묵 순으로 잘 팔린다고 했다. 최근 이 길이 점차 알려지면서 호숫가 근처 커피집과 식당가들도 활기를 띠고 있었다.
-느림의 미학 경험해 볼 수 있는 ‘느린 우체통’
한 바퀴를 돌고 도착한 호반광장 선착장 주변에는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몇 몇 화가들이 앉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다.
경상북도관광공사 차명호 홍보팀원은 “호반길에 널어선 벚꽃나무에 LED조명과 친환경 풍력,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해 에너지 절감은 물론 밤이 아름다운 길로 만들고 있다. 보문호반장에 설치한 느린 우체통은 느림의 미학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보문관광단지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호반광장에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느린 우체통은 무료로 제공되는 엽서에 사연을 적어 우표를 붙이지 않고 우체통에 넣으면 올해 7월초 혹은 내년 초에 주소지로 배달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고 했다.
-사계절 모두 아름답다...호수와 자연의 조화 뛰어나
각각 인천과 수원에서 온 박원종, 박유미 커플은 2박 3일 일정으로 경주에 왔다. “보문호수가 봄에 특히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됐다. 생각보다 훨씬 예쁜 것 같다.
호반길을 걸어 보니 사진도 찍고 천천히 걸어선지 두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면서 벚꽃이 호수와 잘 어울린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물너울교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하면서 단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흡족하다고 즐거워했다.
수상공연장 부근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어르신들을 만났다. 경주에 사는 이은우 씨, 포항에 사는 정기태 씨, 대구에 사는 박홍태 어르신이 그들.
예전 신라중학교 동료 교사였던 세 사람은 60대 중반이라 했다. “완보를 해보니 벚꽃이 너무 화사하다. 구경거리도 많고 예쁜 아가씨들도 많이 있고 하하” “조경이 아름답다. 호반길 중에서도 현대 호텔과 수상공연장 주변이 특히 맘에 든다. 우리는 사계절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호수와 꽃의 조화도 좋고 수종들도 메타스퀘이어와 소나무 등으로 다양해서 사철 모두 아름다운것 같다”며 마주 바라보는 풍경 또한 뛰어나다고 했다. 이 길 전체길이에 대해서도 적절하다고 하며 쉬지 않고 걸어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고. 앞으로도 더 자주 찾고 싶은 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