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본존불 보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가,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석굴암이라는 문화재의 훼손인가. 석굴암 모형전시관 건립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확산추세다. 문화재청과 불국사는 12일 오후 약 2시간에 걸쳐 현지에서 사업설명회를 가졌지만 시민·학술단체의 반대의지만 재확인했다. 현장설명회에는 각계에서 약 1백여명의 인사들이 참석, 석굴암 모형전시관 건립 추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추진배경 및 경과 =불국사는 지난해 10월 문화재 위원회로부터 건립(현상변경)허가를 받았다. 불국사가 모형전시관 건립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관람객들의 불편과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원형보존을 위해서도 모형전시관 건립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 석굴암의 원형보존을 위해 지난 76년부터 유리벽면을 설치하여 내부출입을 제한하고 있기때문에 1일 평균 약 3천여명에 달하는 관람객들이 본존불 내부를 자세하기 관람하지 못해 불만이 높았고, 스님과 일부 참배객들의 내부 출입으로 보존에도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그동안 제2석굴암이니 모형전시관이니 하는 이름으로 건립이 추진돼 왔다는 것. 불국사가 계획한 모형전시관건립위치는 토함산 석굴암에서 1백5미터 아래쪽인 계곡. 52억원의 예산으로 지상 1층(351평), 지하 1층(108평) 규모의 한옥으로 올 상반기중에 착공,3년이내에 석굴암 모형, 영상실, 역사자료실을 갖춘 전시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따라 문화재위원회 제1분과위원회는 4차례의 현지조사와 심의를 거쳐 건립위치와 내역등은 확정했다. 반면 석굴암 본존불 모형재질과 전시내역의 세부설계등은 석굴암에 조예가 깊은 관계전문가들로 별도의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검토한다는게 문화재청의 계획이다. 불국사는 현재 ‘전시관 건립은 석굴암 본존불 시야를 가리지 않고 주위경관과 조화되게 자연친화적으로 추진한다’는 위원회 의견에 따라 보완 설계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계 반대 잇따라 =문화재청과 불국사의 이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문화재 전문가와 학술단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물론 경주지역 문화·환경단체도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건축역사학회 회장 이상해(성균관대)교수, 미술사학자인 강우방 전경주박물관장(이화여대 교수),김홍남 교수(이화여대 박물관장), 유홍준교수등 학자, 전국 8개 학술단체,환경운동연합,환경정의 시민연대등 16개 시민단체가 참여하여 지난달 초에 `석굴암.토함산 훼손저지를 위한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 이들단체는 9일 서울에서 석굴암 모형전시관 건립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으로 ▲온오프 라인 반대 서명운동 ▲정부에 탄원서 제출 ▲국회 청문회 등을 추진할 방침을 천명하고 있어 사업추진을 둘러싼 논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될 전망이다. ■논란의 핵심 ▲석굴암 경내 건립의 타당성 불국사측은 석굴암 본존불과의 연계성, 접근성, 관리편의성을 들어 현재 본존불에서 1백여미터 아래쪽 계곡인 석굴암 경내에 모형전시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문화재위원회 1분과 위원회도 이 입장과 똑 같다. 모형관을 만드는 것은 불가피하게 유리벽으로 보호하고 있는 진품 석굴암을 그대로 잘 보존하면서 더 가까이서 보고싶어하는 관람객의 요구에도 부응하자는 취지인 만큼 지근거리에 전시관을 건립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경관 훼손을 막기위해 모형관의 높이를 최대한으로 낮춰 위쪽에서 봤을 때 건물이 튀어나오지 않게하는 생태건축개념을 도입하며, 건립시 공사차량에 의한 진동, 소음에 따른 본존불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반대단체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석굴암 턱밑에 거대한 한옥건물을 지울 경우 그자체가 문화재인 석굴암 경관을 크게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김홍남 박물관장(교수)는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문화유산”이라고 전제하고 “더구나 화강암이 아닌 재료로 건축과 조각의 모형을 만드는 것은 석굴암의 종교적, 예술적 가치를 모독하는 치명적인 문화유산 파괴행위”라고 주장했다. 건립시 야기될 환경파괴와 석굴암 원형파괴는 더욱 심각한 부분.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재근 사무국장은 “기존 아름다운 흙길의 파괴, 공사과정중의 진동과 소음, 계곡의 수맥과 신림을 포함한 자연생태계의 교란등으로 석굴암 주변의 대대적 환경훼손은 물론 석굴암 자체의 지지기반과 건축구조에도 돌이킬수 없는 재난을 볼러일으킬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형관 건립에따른 진품 이미지 훼손여부 문화재청은 위치만 정해졌을뿐 모형의 재질등 세부적인 사항은 정해진게 없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설명은 일부에서 본존불 모형을 FRP로 결정했다는 소문이 나돌기 때문. 문화재청은 현재 재질에 대해서는 결정된게 없으며, 재질을 포함한 전시관 내부의 세부적인 사항은 향후 관계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문화계인사들은 아무리 복제한다고 해도 신라석공의 손길과 불심을 그대로 재현할수 없는 만큼 값싼 재료로 어설프게 모형을 재현할 경우 오히려 진품을 평가절하시킨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물로 손꼽히는 석굴암과 본존불의 예술적, 문화재적 가치만 하락시킨다는 것이다. 강우방 전 경주박물관장은 “아무리 잘 복원한다고 해도 절대로 진품의 감동을 줄수는 없다”면서 “화강암이 아닌 다른 재료를 쓴다면 조잡한 흉물이 될것이 뻔하며 석굴암에 대한 그릇된 이미지만 심어줄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망 문화재청과 불국사는 당초 올해 5월,또는 상반기중 착공계획에서 한발 물러난 듯한 태도다. 일부학자, 전문가들이 반대하고는 있지만 전시관 건립의 기본취지에 대한 반대가 아닌만큼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처리한다는 것. 그러나 이런 입장이 언제까지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석굴암.토함산 훼손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의 입장은 문화재청의 바람과는 달리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점에서 대책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건축역사학회회장 이상해 교수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재보호법이나 문화재 유산 헌장의 기본정신은 문화유산은 원래의 모습대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그리고 주위환경과 함께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훼손되어가는 문화재를 살리고 보호하는 것이 문화재 전문가들의 제1사명이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있는곳에,더구나 지척에 모형전시관을 만들거나 건립한 예를 난 아직 듣고 보지못했다”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20여년 넘게 논란만 분분하다가 겨우 가닥이 잡히기 시작하던 모형전시관 건립문제는, 과연 착공할수 있을런지, 또 착공하면 그 시기는 언제가될지 등등의 모든 문제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문화유산 보존은 어떤게 바람직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역사도시이자 문화관광도시 경주를 또한번 전국적인 뉴스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는것만은 분명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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