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3층 석탑 밑바닥에서 도굴흔적이 발견돼 경주시의 문화재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경주시 도지동 5-2번지 오모씨(64세)소유의 밭에 자리하고 있는 `도지동 폐탑지`에서 석탑의 기단부 밑바닥에 땅굴을 파고 도굴을 시도한 흔적이 최근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비지정 문화재인 도지동 폐탑지에는 1층 기단부와 탑신, 2,3층 탑신부의 전각등이 밭 가장자리에 허물어 진채 방치돼왔는데 도굴흔적이 발견된 탑밑에 어떤유물이 매장되어 있었으며 도굴된 유물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도굴흔적
=사방 3.9m 기단부의 동쪽 밭과 기단석 사이에 60㎝크기의 구멍을 뚫고 탑 아래로 들어갔다. 탑신 아래쪽은 입구 구멍에서부터 아래쪽으로 성인남자 한사람은 충분히 엎드린채 기어들어 갈수 있는 크기에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약 2미터 가량 파내려 갔다.
땅굴을 뚫고 들어가면서 탑신 아래쪽에서 퍼올린 흙이 입구 주변에 넓게 퍼진채 쌓여있었으며, 도굴꾼들은 흔적을 감추기 위해 근처 논에서 가져온 짚으로 덮어놓고 있었다.
◇도굴꾼들의 표적된지 오랜된 듯
=폐탑지는 마을에서 산쪽으로 최소한 50미터 이상은 떨어져 있으며, 주변은 논과 밭이어서 농번기를 제외하면 인적이 드문곳이었다.
이 때문에 도굴꾼들의 표적이 된지 오래고, 폐탑지 주변에서 도굴흔적이 발견된 것은 이미 여러번 있었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농사철에는 경작하는 작물 때문에 도굴을 시도하지 못하지만, 농한기인 겨울철에는 야간을 틈타 폐탑지 부근 밭 이곳 저곳을 파헤치는등 도굴을 시도한 흔적이 여러번 발견됐다는 것이다.
◇도굴방지 대책 미흡
=도굴을 시도한 흔적이 주민들에게 여러번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도굴방지대책은 매우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폐탑지는 기념물 제66호로 지정돼 경주시 사적공원관리사무소에 속한 관리직원이 이틀에 한번씩 현장순찰활동을 펴도록 했지만, 올들어서는 순찰활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는게 인근주민들의 주장이다.
이 도굴현장을 취재한 3일 오전, 폐탑지로 향하는 길목의 한 농가축사 벽면에 사적공원관리사무소가 매달아 놓은 순찰함에는 순찰여부를 기록하는 일지나 기록장조차 비치되지 않은채 텅 비어 있어 주민들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도지동 마을회관에서 만난 서모씨(79세)는 “지난해 까지는 자주 보이던 순찰직원을 올해들어서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하고, “지난 겨울에는 밭에서 도굴흔적을 발견한 농민이 정식으로 신고를 하지는 못했지만 순찰요원에게 이러한 사실을 여러차례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