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7시50분.
경주시 충효동 경주초등학교 정문에서는 1명의 여교사와 자원봉사어머니 1명이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서서 교통지도를 하고 있었다.
정문 건너편 곳곳의 불법 주정차 차량 사이로 힘들게 등교하던 어린 학생들은 정문앞에서 자원봉사 어머니의 신호에 맞춰 길을 건넜다.
비교적 질서가 잘 지켜진 정문앞에 비해 3,40미터 떨어진 주변 교차로에서는 혼란이 극심했다.
어린이를 태워온 부모들의 승용차와 태권도,피아노등 각종 학원차량들이 등교때부터 아이들을 태워 정문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두고 아이들을 내려주고 있었다.
출근길 시민들이 탄 승용차는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곡예운전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올해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4일 오후 1시10분.
황성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하교하는 시간. 정문앞 도로양쪽은 불법
주차 차량들이 긴줄로 늘어서 있었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기 위해 인도블럭을 설치했으나 도로의 높이와 똑같고, 경계선조차 표시되지 않아 얼핏보아 차도인지 인도인지 구분은 쉽지 않았다. 일단정지 표시는 탈색돼 그 기능을 잃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12월 이학교 어린이 1명이 불법주차한 차량 사이를 지나다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이들을 태워가기 위한 학부모들의 승용차들과 각종 학원차량 10여대가 뒤엉켜 일대 혼란을 빚고 있었고 이런 현상은 매일 반복되고 있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초등학교 주변지역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대책수립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교통사고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돼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조차 보행자보호의무위반, 불법주정차등이 횡행하고 있어 학교와 지자체, 경찰등 관련기관의 현실적인 대책수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경주지역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월성초등학교를 비롯해 28개교.
이중 시외곽지역 주요 간선도로변에 위치한 학교가 12개교, 시내지역은 8개의 초등학교와 근화유치원등 4개 유치원 주변지역이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학교와 학부모회등에서는 매년 경찰과 경주시등에 대해 과속방지턱,교통신호등,브록거울등각종 교통안전시설 확충과 철저한 불법주정차 단속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주시는 예산상의 이유로, 경찰은 인력부족 때문에 학교와 학부모들의 요구에 만족할 만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주경찰서 관계자는 『제한된 경찰 인력, 학교주변주민들의 일상생활불편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없는 입장에서 불법 주정차나 속도위반을 처벌위주로 강력하게 단속하는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내 아이만을 편안하게 등교시키겠다는 이기심을 극복하고 모든어린이들의 교통안전을 도모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는 것이 최우선돼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를 비롯한 교육계의 속사정도 복잡하다.
일선학교 교사들의 교통지도 참여가 예전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교통지도는 일선 학교장 재량권에 속해있고, 일부 교사들의 교통지도업무에 대한 반발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예전처럼 교육청이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활동을위한 지침이나 활동방향을 일선학교에 내려보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경주지역에서는 13세이하 어린이가 관련된 교통사고는 91건이 발생해 88명이 다치고 6명이 사망했다.
올들어서는 지난달 25일 오후 2시경 흥무초등학교 인근 이면도로에서 이학교 3학년 허모양이(10세, 성건동 주공연립아파트) P 어린이집 소속의 경북71가 4734 이스타나 승합차에 치여 숨졌다.
흥무초등학교 주변지역은 경주초등학교, 신라초등학교와 함께 올해 어린이보호구역 지정될 대상이다.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속에서 어린이들은 매일 매일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