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외수의 산문집을 읽다가 유독 한 문장이 그 책 전체의 비중보다 가슴에 와 닿는 글귀가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생각과 다른 것은 무조건 틀렸다고 단정 짓는다. 단지 내생각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런 사람들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피력했다. 틀리다고 하는 것과 다르다고 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난다. 때에 따라서는 아주 많이 그렇다. 진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왔던 우리의 사고들이 우리들을 더욱 굵은 사슬로 옭아매어 왔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혹 내 자신은 어떠했는지, 내 스스로에게도 돌을 던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주위에 많은 이들이 생각난다. 범부로, 때론 지도자로서 나름 데로의 역할에 책임을 하고 있는 이들도 스쳐 지나갔다. ‘큰 바다는 작은 물줄기(강)를 가려 받지 않는다’는 대해불택세류(大海不澤洗流)라는 말이 있다. 경주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홀대를 받으면서도 미래 경주의 발전을 위해 수년간 노고를 아끼지 않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몇 년 전 태권도공원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등 국책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활동한 적이 있다. 둘 다 경주의 백년대계를 위한 대정부 투쟁이었다. 나는 당시 두 단체에 몸을 담고 있었고 정부를 상대하는 일인 만큼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논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논의석상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어느 단체에서 먼저 시작 했냐는 등 밥그릇(?), 직책싸움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한 과학자가 동물들 중에 사람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종이 파충류라는 유머러스한 논리를 편적이 있다. 이유는 공룡을 보면 기겁을 했을 먼 인류의 피가 아직 우리 내면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지금 우리들의 몸속엔 과연 어떤 피가 흐르고 있을까? 삼국을 통일한 기백과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피 일까? 아니면 사욕으로 얼룩져 쇠퇴의 길을 가게 했던 부끄러운 피 일까? 지금 경주는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한 시기에 처해 있다. 한수원 본사이전과 시립화장장 건립으로 인한 지역갈등, 3000억원 사용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반목해 왔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천년을 준비해야 할 때다.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 판단이 필요충분조건이 되어야 하는 시기다. 지역이기주의와 이념을 초월한 지역발전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시기다. 화합을 바탕으로 통합번영과 미래창출을 위해 매진해야 하며 후손들에게 결코 부끄럽지 않은 경주를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직면해 있다. 흑백논리가 만연하고 반목과 갈등이 춤추는 도시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도시, 긍정적인 도시, 화합하는 도시, 생산적인 도시로 변화 하고자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서로 사랑하자. 남의 말을 좋게 하자. 그리고 더 멀리보자. 우리나라에 3대 불가사의 단체가 있다. 고려대동문회, 해병전우회, 호남향우회가 그들이다. 이들 단체가 인정받는 이유는 그 멤버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한 곳에서 천년의 왕조를 꽃피운 곳은 경주밖에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러한 자부심으로 인류사에 찾아 볼 수 없는 품격을 가진 도시를 만드는데 마음을 모아야 한다. 밥 먹을 때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되고, 술 마실 때 잔 하나 더 놓으면 된다는 넉넉한 인심과 정이 살아있는 도시,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경주다. 먼저 하나만 고치자. 내 생각과 차이가 있는 사람이 틀린 사람이 아니라,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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