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바로 위에는 만상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그 뒤에는 김일성 주석이 1947년 9월 27일 여기서 교시를 내렸다는 비석이 세워져 있으며, 옆에는 시원하고 물맛이 좋아 마시면 무병장수한다는 만상천이 있다. 곧이어 만나는 것은 무사바위(장수바위)이다. 생김새가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무사의 모습과 흡사하며, 다음은 왼쪽으로 삼선암이 나타나는데 다리를 건너면서 우리 차에 탄 사람들이 함께 그곳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다. 나란히 선 세 개의 바위가 하늘높이 치솟아 있는데 구름이 흘러갈 때 마치 바위들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 꼭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보기도 좋게 키 순서대로 나란히 서 있는 이 거창한 바위들은 모두 30~40m는 돼 보인다. 위로부터 첫 번째인 상선암은 바위라기보다 날카롭고 예리한 창을 모아 세운 것 같다. 두번째 중선암과 세번째 하선암, 그리고 삼선암 맞은편 벼랑 위에 외따로 솟은 바위 하나는 옛날 네 신선이 금강산에 내려와 장기를 두었는데, 한 신선이 훈수를 너무 많이 두다가 세 신선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밀려나서 홀로 떨어져 있게 됐다는 독선암이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올라갈수록 만물상은 기암괴석과 바위절벽들이 수십길, 수백길 하늘높이 치솟아 올라 서로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토끼바위, 새끼거북바위, 메뚜기바위, 독수리바위, 으뜸바위, 코뿔소바위, 왕관을 쓴 사자바위 등이 천태만상을 이루고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왼쪽에는 칠층암이 나오는데 높이 30여m의 거대한 자연석인데, 마치 돌로 칠층을 쌓은 것처럼 보이고, 꼭대기에는 뽀뽀를 하는 원앙새바위, 그것을 시샘하는 강아지바위가 있다. 오른쪽으로 세지봉 능선과 도끼에 찍힌 듯한 자국이 남아 있는 절부암 위로는 두더지바위 독사바위, 애기곰바위, 도마뱀바위, 부엉이바위, 물개바위, 꼬부랑할머니바위 등 온갖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을 볼 수 있다. 만물상이란 이렇듯 세상만물이 이곳에 다 모인 것 같다 해서 유래됐다 한다. 우리는 남측 가이드인 정정심양을 뒤따르면서 열심히 설명과 전설을 듣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점점 만물상의 아름다움과 기기묘묘함에 흠뻑 빠져 들었다. 절부암은 금강산의 절경을 바라보는 선녀의 아리따운 자태에 매혹된 나무꾼 총각이 청혼을 했다. 하지만 선녀는 어디론가 훌쩍 날아가 버리자 나무꾼이 그 선녀를 만나고 싶은 안타까운 심정을 하소연할 길이 없어 도끼로 바위를 내리찍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10시 30분 망양대 갈림길에서 제1전망대로 올라가며 북쪽 안내원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북쪽 백두대간에 대해 질문을 하니 처음에는 백두대간이라는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백두산에서 시작해 금강산을 지나 지리산 천왕봉까지 마루금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말한다니까 그때서야 북쪽에서는 백두대산줄기라 하며, 가 보지는 못했지만 이야기는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듯 망양대에 도착한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전망대로 저 멀리 백두대간 줄기인 비로봉이 바라다 보인다. 직접 올라가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있지만 그래도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 아닌가. 제1전망대와 제2전망대에서도 외금강의 수십 수백길의 깎아지른 바위봉우리들이 키재기를 하는 만물상과 금강산 연봉들을 바라보며 넋을 잃을 정도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푸르른 동해바다의 해금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다시 제3전망대에 올라서니 비가 잠시 멈추면서 만상계와 한하계는 구름바다를 이루고 있다. 기념촬영을 하고 비로봉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남모를 감회에 젖어있는데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빨리 천선대로 이동하자고 한다. 하루빨리 통일이 돼 저 비로봉 정상에 올라 금강산도 둘러보고 북쪽 백두대간을 종주해 보고 싶은 욕망이 가슴 한곳에서 조용히 메아리친다. 畵出蓬萊影(봉래산 모습을 그려내고는) 求詩向世間(세속을 향해 시를 구하네) 逢人如有間(사람을 만나 산수를 묻거든) 休道我家山(나의 집과 산은 말하지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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