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일봉은 꿈에 그리던 동경미술학교 유화과에 입학하고서 이미 사범학교시절에 입선 경험이 있는 일본제국미술전(한국의 국전 같은 수준의 공모전)에 네 번의 입선을 거듭하게 됐는데 이것은 그가 얼마나 충실한 미술을 받았으며 혼신의 노력으로 작품제작에 임했는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작가에 따라서는 정통 아카데미 교육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화업에 들어서서 자기 길을 개척하기도하지만 일반적으로 미술이란 분야도 지성적인 학문의 한 분야로 보고 우수한 교사 밑에서 정확한 미술 수업을 받는 것이 후일 견고한 화업을 이룩하는 데는 더 좋은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젊은 미술가들이 세계적인 미술 본고장으로 유학을 가서 견문을 넓히고 예술의 지식을 쌓고 돌아오는 것이다. 따라서 손일봉의 경우는 서울의 사범학교 시절부터 정확한 미술의 기법을 배우고 정직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길을 걸은 것 같은데 그가 동경미술학교에서 5년 동안 철저한 아카데미 교육을 받은 것이 후일 사실화의 대가로 칭송을 받게 된 계기라 믿어진다.
우리는 흔히 화가들이 그가 그리는 대상을 독창적이라는 명분 아래 현실의 아름다운 풍경을 왜곡되게 또는 혐오적인 변형의 방법으로 표현하게 되는 경우를 더러 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의 그림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의 순수한 감정으로부터 멀어지게 마련이다. 일시적인충격이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으나 그것은 짧은 시간에 소멸되게 마련이다.
그림의 생명은 역시 세월이 지나서도 얼마나 아름다운 색채와 형태로 존재하느냐에 달려있다. 세계 미술역사상 항상 인류에게 길이 남아 감동을 주는 명작은 어쩌면 ‘정직한 아름다움’으로 표현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손일봉 예술의 생명은 바로 여기 있다. 그가 그린 대상은 항상 정확한 형태, 생동감 있는 살아 있는 색깔, 안정된 구도가 그러하다. 그가 가히 ‘경상도의 손일봉’, ‘전라도의 오지호’라는 유행어가 말해주듯 영남 화단의 사실화의 대가로 추앙을 받게 된 것도 오직 그만의 뛰어난 사실화 기법을 가지고 있었음을 뜻한다.
시원스런 터치, 단숨에 그려진 듯한 거침없는 색깔의 시원함, 완벽한 구도 이러한 모든 테크닉은 피나는 대학시절의 고된 훈련과 천부적인 예술가의 기질적 소양에서 나온 것이라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