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세우네~♪♬
성건성당을 들어서자 은은한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어르신대학에서 봉사하는 정안나씨와 함께 70여분의 어르신들이 입을 모아
가을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서울이 고향인 정안나씨는 결혼을 하면서 강구에 터를 잡았다가 포항을 거쳐 경주에 정착하게 됐다. 자신을 신뢰하고 후원해 주는 남편과 열두살 난 아들이 서로를 지탱해 해주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살면 살수록 정겨운 이곳에서 뿌리를 내려 살고 싶단다. 이제 이곳이 고향이나 다를 바 없다며 욕심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는 함께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따뜻하고 정겨운 마당이 있다.
노래로 세상을 밝게 하고 싶다는 정안나씨. 그 소망답게 장애인행사, 경로잔치, 사랑의 집짓기 기금마련 등 각종 행사에서 노래강의와 자원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에는 청소년 지도에 참여한 지도자들 중 뛰어난 실적을 보인 지도자를 선정해 매년 시상하고 있는 ‘청소년지도자 예술부문 가요봉사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수백회의 자선공연과 봉사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오며 자선공연도 모자라 행사비로 받은 돈도 성금으로 내놓기도 했다고. 뒤돌아서는 마음은 몇 배 더 행복했다는 그녀에게도 작은 아픔이 있단다. 언론인으로 활동하셨던 부모님 살아생전에는 완강하게 반대하셔서 열일곱살 때부터 꿈꾸었던 가수의 길을 오랫동안 미뤄 왔다고 한다.
현재 10여년의 경력을 가진 그녀는 1988년 ‘눈물의 정거장’으로 데뷔를 했다. 영덕 해맞이축제, 해변가요제, 포항PCB 방송 초청공연, 고로쇠축제, 해병인 축제, 경주한국의 술과 떡잔치 등등 경북도내에서도 수차례나 초청공연을 가졌다.
가수로서 보여지는 모습보다 인간 정안나의 모습은 소탈하고 따뜻하다. 가요봉사 대상을 받은 이후에는 노골적으로 무료로 공연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곳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녀는 무료든 유료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무조건 달려간다고 한다. 자신의 노래로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큰 댓가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한 가수협회 회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그녀는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그리며 세미 포크송 앨범 ‘너무나 보고 싶어’를 지난해 발표했다.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그녀는 성건성당 어르신대학에서 매주 목요일에 노래봉사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저마다 가진 것들을 조금씩만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가수의 길은 수많은 시선을 받기에, 꿈을 향한 그녀의 발걸음이 보기보다 힘들었음이 느껴져 가슴이 아렸다.
꽃보다 더 화사한 웃음과 노래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고 웃으면서 사는 밝은 사회를 위해서라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그녀의 노래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