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감사의 뜻으로 세운 자선비 훼손된 채 방치 한국전쟁 당시 두 아들을 나라에 바치고 받은 전사위로금으로 마을 주민들이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놓은 고 김순란 할머니의 숭고한 뜻을 기려 주민들이 감사의 뜻으로 세운 자선비가 행정의 무관심으로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김 할머니는 15살 되던 해에 밀양박씨 가문에 시집와 남편을 일찍 여의고 가난하게 살았다. 인근 구미산에서 산채를 뜯어 건천장에 내다팔며 어렵게 살림을 꾸려온 김 할머니는 한국전쟁이 터지자 박노영(당시27세)씨와 노준(당시21세)씨 형제를 군에 보냈으나 이들은 전쟁 발발 이듬해 9월 강원도 화천과 철원전투에서 각각 전사했다. 김 할머니는 휴전 후 두 아들의 전사 보상금으로 생전처음 큰돈이 손에 쥐어졌으나 오히려 어렵게 마련한 자신의 논 17마지기와 소를 팔아 58년 봄 양포동 내에 시멘트 다리를 놓았다. 이 다리가 바로 ‘김순란 다리’다. 양포동 내는 이 다리가 놓여지기 전까지만 해도 개울을 건너다니던 마을 사람들의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80년 큰비로 당시의 김순란 다리는 무너지고 지금은 5년 전 임시로 세운 철교가 놓여있다. 안타까운 것은 김 할머니의 거룩한 뜻을 기려 마을 사람들이 지난 70년대에 세워둔 자선비가 제방과 도로공사 과정에서 훼손돼 방치되고 있다. 인근주민들은 “소중한 뜻이 담긴 자선비가 훼손돼 안타깝다”며 “학생들의 현장학습 소재로 활용하는 등 자선비를 복원해 훌륭한 교육 자료로 활용해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돌무더기 속에서 찾아 낸 비석에는 ‘이 다리는 김순란 부인이 두 아들을 국가에 바치고 그 하사금을 받아 놓았다’고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이성주 기자 ▲자선비 전면(좌). 훼손된 자선비가 돌무더기와 함께 방치되어 있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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