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날 수 있는 싱싱한 생고사리 살짝 삶아야하는 부드러운 건고사리 도랑마다 철철 흐르는 물소리가 경쾌한 행진곡으로 들리는 화창한 날, 햇빛에 반사된 나뭇잎들이 봄바람이라도 난 듯 반짝이며 우루루 몰려다닌다. 눈둑을 치다 잠시 새참을 챙기는 노부부의 정겨운 모습이 눈길을 끄는, 고향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곳, 산 좋고 물 맑은 산내. 모내기가 한창인 산내에서 만난 단고사리는 봄기운에 떠밀리듯 ‘짚 이불’ 속에서 고개를 쏙쏙 쳐들고 있었다. 고사리의 뿌리는 자양강장, 해열, 이뇨, 진통,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거나 온몸에 뭔가 뭉친 듯한 증상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봄에 잎이 피지 않은 것을 삶아서 음식의 재료로 쓰고 뿌리에서 녹말을 채취하기도 하며 한방에서는 어린순을 약재로 쓰는데 위와 장에 있는 열독을 풀어 준다고 한다. 공해가 있는 곳에서는 생장을 못하는 저공해 식물로 알려져 있는 고사리는 실제로는 그늘이 지고 공중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자생한다. 재배 시에도 배수가 잘 되고 부식질이 많은 비옥한 토양에 습도 유지가 잘되고 다소 그늘진 곳을 선정하는 것이 좋으며 완숙된 퇴비, 계분 등 유기질 거름 위주로 비료를 주는 것이 안전하다. 왜 고사리를 재배하게 되었는지? 이전에 산내에서는 고랭지 채소 재배 위주였으나 채소값 폭락으로 인건비조차 안나오는 상황이 계속 되다보니 농가들이 대체 작목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산내 단고사리를 처음 소개하고 재배까지 책임진 경주시농업기술센터 산내농업인상담소 정창열 소장은 보관과 운반이 쉬워야 하는 점, 기후 조건 등을 감안해 청정지역인 산내의 작목으로 고사리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했다. 산내 단고사리 재배는, 경주시농업기술센터가 시행하는 지역특화사업인 1읍면 1특화 작목 육성의 일환으로 농가 소득 향상과 유휴지 개발을 위해 지난 2005년부터 30여 농가 10ha에 단지를 조성했다. 올해는 64농가가 참여해 사업비 2억(70% 보조, 30% 자부담)으로 12ha를 조성해 신규 식재를 하고 관수시설, 비닐하우스 건조실 17개소, 대형 찜솥 2개 설치 등 필요 시설을 갖추었다. 산내 단고사리가 특별한 이유? 일반 고사리와 달리 품질이 우수하다. 또 줄기 단면에 단맛(채취 시 확인)이 나며 건채를 물에 불려 삶은 후 우려낼 필요 없이 조리가 가능하다. 정창열 소장은 “산고사리와는 달리 너무 부드러워서 오래 삶으면 안된다”며 “전국의 고사리 재배단지는 다 둘러보다시피 하고나서 전국에서 가장 좋은 품종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다”고 했다. 또 올해는 건조 시키지 않은 생고사리 판매도 했다. 유관 단체에 협조를 구해 주문을 받아 택배 배달을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건고사리의 경우 소비자가 육안으로 국산과 수입산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생고사리는 산지에서 바로 받으니 믿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1만원 비용으로 2kg 한상자에 마음껏 채취해 담도록 하는 체험 행사도 했는데, 지난달 27일에는 대구에서 온 답사팀이, 지난 16일에는 경주농업대학 소비자반이 참여해 호응을 받았다. 체험 행사는 농가의 일손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들은 원하는 만큼 단고사리를 가져갈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 소장은 “고품질의 국산 고사리 맛을 인식해 시민들이 알게 된다면 수입산을 조금이라도 덜 먹게 될 것이고, 품질이 우수한 고사리를 생산해 직거래 하면 농가도 고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생고사리 언제 살 수 있나? 식재를 하고 그 해는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시기라 수확이 안된다. 이듬해에는 4~50% 수확이 되며 3년차에 가서야 90~100%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수확 시기는 11월까지도 가능하지만 이듬해 품질을 생각해 4월부터 6월말까지만 수확 한다고 한다. 고사리 재배는 잡초 제거가 관건인데 처음에는 실패를 하기도 했지만 짚을 이용하고 나서는 잡초의 생육이 저하 되고 보온 효과도 있어 고사리들이 잘 자란다고 한다. 올해부터 산내농협에서 건고사리 전량을 수매하기로 하고 지난 16일에 첫 수매를 했고 이 달 말에 한번 더 할 예정이다. 작년에 150g 봉지에 1만원 판매하던 것을 올해는 100g 봉지에 8천원으로 판매한다. 2kg 상자는 생고사리 판매용으로 1만2천원이며, 농협에서 수매된 고사리는 대구, 울산 등지의 농협 하나로마트 등으로 유통된다고 한다. (문의 751-5075) 고사리도 관심 받으면 효도한다? 수입을 보면 평당 150g 봉지에 7천~1만5천원으로 농가별로 편차가 있다. 그만큼 좋은 토양, 정성이 수확량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평당 3만원이 목표라는 정 소장은 “좋은 땅에 충분한 퇴비를 주면 분명한 고소득 작물인데 고사리는 현재 준농지에만 심는다”고 안타까워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직도 선뜻 고사리 재배를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산내 단고사리는 2012년까지 50ha 규모에 이사금 브랜드 명품화 추진과 농산물유통센터를 통한 출하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생고사리 유통과 체험 행사를 계획적으로 실시하고, 또 농협 수매 시 품질에 따라 차등을 두어 최상품에는 경주시의 고사리 품질인증마크를 부착해 유통 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도 산지별로 전시포를 만들어 생육과 품종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정창열 소장은 단고사리 재배 단지가 50ha 규모가 되면 전국을 공략할 수 있다며 농가들이 고사리 재배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한번의 식재로 별다른 투자 없이 6~8년 정도 수확이 가능한 고사리는 분명 효도 작물이다. 삶은 고사리는 칼륨, 칼슘 등 무기질 성분도 풍부해 스트레스 많은 현대인에게 좋다고 한다. 갖은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치면 비타민, 무기질 두배가 된다니, 오늘 당장 산내 단고사리 요리 밥상위에 올려져야겠다. 봄 입맛 확~ 당기고 스트레스는 봄바람에 날려 가버릴 것이다. 황재임 기자 사진=최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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