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중산층
황 인 동
(시인·청도공영사업공사 사장)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자기 자신이 흔히 말하는 중산층에 속해 있는지를....
특히 봉급생활자들은 요모조모를 따져 보면서 그런 생각을 가져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정확한 답을 얻을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중산층을 측정하는 척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살기가 좋아지면서 주관적 중산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다. 이는 아마도 자기가 소유한 가산(家産)이나 수입정도를 따져서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자위를 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중산층하면 이렇게 물질적인 것도 조건이 되겠지만 정신적, 문화적 개념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진정한 중산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종때 판서를 역임한 김정국이 중산층의 조건에 대해 쓴 글을 보면 가산은 “두어 칸 집에 두어 이랑 전답을 갖고 철따라 두어벌의 옷이 있으면 족하고” 문화적인 면에서는 “서적 한 시렁, 거문고 한 벌, 햇볕 쬘 마루 하나, 차 끓일 화로 하나, 봄 경치 찾아다닐 나귀 한 마리면 족하고” 정신적인 면에서는 “의리와 도의를 중히 여기고 나라의 어려운 일에 바른말을 하고 사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와 같이 전통사회의 중산층은 그 층이 얇긴 했으나 위의 내용처럼 삼위일체의 조건을 갖추었는데 비해 현대의 중산층은 그 층이 넓어지면서 물질적 척도에 의한 주관적 중산층이 많아진 것이다.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은 스포츠를 하나쯤 즐길 수 있을 것, 악기를 하나 다룰 수 있을 것, 특별한 요리와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등이다.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 지나치게 문화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래도 멋은 있어 보인다.
우리도 조선시대 선비사회의 멋을 다시 살려 다소 가난 하더라도 악기 하나쯤 다룰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았으면 한다.
의리를 중히 여기는 정신적, 문화적으로 멋진 중산층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가 더욱 아름다워 질 것이라 여기며 나는 과연 진정한 중산층인가 생각해 본다. 또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화도시로 자타가 공인하는 경주에는 진정한 중산층이 얼마나 되는지 곰곰이 따져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