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기2552년 부처님오신 날-불국사 주지 성타 큰스님의 말씀 ●
지금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고(忍苦)의 덕(德)’이다
“지역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욕심을
버리고 화합해야”
대한불교 조계종 11교구본사 불국사는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사찰이다. 불기2552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불국사 주지 성타 큰스님으로부터 봉축법어와 현재 경주사회가 처한 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이를 이겨내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경주시민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인고(忍苦)의 덕(德)’을 강조하고 싶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참음으로써 오는 고통을 이겨내고 남을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성숙된 시민의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인고의 덕’이다.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또 상대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부모뿐만 아니라 이웃,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이를 다시 돌려주어 사회에 기여하는 베품정신이 필요한데 이는 참고 견디는 정신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면 현대인들은 아파트 생활을 많이 하는데, 아이들로 인해 시끄러우면 아래 위층 사이가 좋지 못하다. 아이들을 야단치거나 어른들끼리 서로 싸우기 보다는 과거로 돌아가 나도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하고 참고 용서하는 열린 마음을 가지면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시민들이 ‘인고의 덕’으로 살아갈 때 성숙된 시민사회가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참고 견디는 자세만 실천하면 좋은 사회가 된다.
▲현재 경주사회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지역사회가 잘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 간에 화목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경주를 보면 외형상은 지도자들 간에 서로 칭찬하며 말을 좋게 하고 있지만 과연 진실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내면에 허구가 있다고 보며 이로 인해 갈등이 심했다.
이러한 지도자들 간에 갈등은 이미 지난 이야기지만 시장 공천 때부터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시의원 공천 때에도 방폐장을 유치하려고 뛰어다니며 지역에 공헌한 사람에게 공천을 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써 갈등이 커졌다고 본다.
한수원 본사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두고도 지도자들 간에 의견이 엇갈려 화합을 하지 못함으로써 지도자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결국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까지 이어졌다고 판단된다.
시장도 (지역 국회의원에게) 말만 칭찬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젊으니까 이야기를 잘해서 서로 협력하고 노력해 갈등이 없도록 해야 했었다. 지도자들 간의 갈등 여파가 결국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지역사회가 분열되고 갈등만 커졌다.
처음 한수원 본사 이전부지 결정 당시 경주에 오는 사람들에게 혜택도 주고 그쪽(방폐장 인근 3개 읍면)에도 많이 주려고 했는데 결국 갈등만 남은 것은 지도자들 모두의 책임이다. 경주사회가 조그만 것을 갖고 갈등을 보이는 것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경주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욕심을 버리고 화합하며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진실한 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앞으로 경주가 정부로부터 각종 사업을 지원 받더라도 이를 잘 해내려면 수준 높은 지도력과 시민의식이 있어야 한다.
원효스님 사상 숨쉬는 분황사 복원해야
정치지도자는 미래지향적인 실천을
합리적 결정 수용하는 시민자세 필요
▲경주시민들이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입니까?
=한 가지 예를 들면 양성자가속기 부지선정과정에서 위원회가 양심껏 냉정하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의 이해관계 때문에 시끄러웠다. 물론 자기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으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경주가 잘되면 혜택이 시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것이다. 앞으로 지역 균형을 고려해서 발전될 것이며 결코 한곳에만 집중되지 않을 것이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숙고 끝에 결정이 되면 지역 이기로 갈등을 키울 것이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고 서로 발전을 모색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민주시민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세다.
▲정치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무엇입니까?
=정치지도자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추구하고 안주해서는 결코 안되며 미래지향적인 실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소신은 강하되 겸손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 21세기 지도자의 덕목이다. 군림의 시대는 지나갔다. 말보다는 실천으로 국민을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경주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고도 경주가 역사문화도시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와 함께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진 첨단과학도시를 병행하는 것도 무난하다. 경주가 갖고 있는 장점을 지키며 미래지향적인 문명을 활용하면 지역이 풍요롭고 시민들의 삶은 편리할 것이다. 역사문화와 첨단기술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지역 특히 외동지역을 보면 무분별한 개발로 경주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중국도 개발에 치우친 정책으로 후유증이 심각해지자 다시 정책을 바꾸고 있다. 공장이 들어서더라도 경주에 맞는 선택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많은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는 것은 문화재가 있고 자연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환경파괴를 경계하고 역사문화도시에 맞는 선택적 정책을 도모해야 한다.
▲경주가 역사문화도시조성사업 추진으로 옛 문화재에 대한 복원이 시작됐습니다. 앞으로 반드시 복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경주의 문화재가 복원을 시작하게 된 것은 문화재위원들의 열린 마음이 작용됐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복원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지금은 문화재위원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옛날 자료가 많이 없기 때문에 과거의 문화재를 그대로 복원하는 것은 어렵다. 남아있는 유적 위에 오늘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과 최선의 지혜를 모아 복원을 하면 된다.
바탕은 신라의 정신으로 하되 21세기의 기술을 그 위에 올린다면 미래의 자산인 복합적인 문화재가 탄생하는 것이다.
황룡사 복원도 중요하지만 원효스님이 계셨던 분황사를 복원해야 한다. 원효스님은 대승운동의 선구자이시며 불교사상 뿐만 아니라 사회적 사상가로 뛰어난 실천가이시다. 어려운 이와 함께하며 열린 생각, 열린 삶을 사신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분으로 그분의 정신적인 고향인 분황사의 복원은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해야 한다. 분황사를 초라하게 그냥 두고 다른 곳을 복원한다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전남 무안에선 다도를 중흥시킨 초이스님을 위해 2천억원을 들여 10만평을 확보하고 성역화를 했다. 원효스님의 사상의 꽃피웠던 분황사는 벌써 성역화 시켜야 했다.
▲지역사회가 어렵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내수가 어려워 경제가 발목이 잡히고 있다.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외화를 낭비하면서까지 외국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주 같은 역사문화관광도시가 살아나려면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와야 하는데 이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지역에 모든 분야의 적절한 조화된 정책개발과 실천이 요구된다.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관광산업을 경주에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시민운동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계십니다. 시민단체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경주경실련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다. 정통성으로 본다면 경실련이 대표적이라고 본다. 다른 지역의 경실련을 보면 감시와 감독에 치중하는데 이는 좋은 점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경주경실련은 감시감독을 하면서도 경제 분야 등 다양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본다.
나중에 법 제정과정에서 본 취지와는 달라 문제가 됐지만 주민들을 위한 고도보존법 제정운동은 경주경실련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지역의 현안에 대해 세미나, 토론회 등을 많이 개최해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올바른 시민운동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성주 기자
이성주 기자
사진=최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