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방문기(10)● 송도삼절(1) 송도(개성)의 뛰어난 세가지 존재를 가리켜 송도삼절이라 한다. 첫째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은 성리학, 도학, 수학 역학의 대가인 호는 화담이요, 시호는 문강인 조선 성종시대의 대학자 서경덕이다. 그는 집안이 가난하여 독학으로 13세 나이에 서경을 읽고, 복잡한 태음력의 수학적 계산을 해득했으며 대학을 읽고 격물차지의 원리를 깨달은 분이다. 천하 명승지를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수편의 기행시가 유명하다. 불혹의 나이인 42세에 생원고시에 급제했으나 벼슬을 단념하고 진리탐구에 전념했다. 더 나아가 그는 이기론의 본질을 연구해 우주본질로서의 기와 이를 논하고 기와 이의 상관 관계에서 천지만물이 형태화하며 음양으로 분리한다는 이기일원론을 체계화한 학자이다. 사람의 죽음도 우주의 기에 환원되는 것이라는 사생일여를 주장함으로써 노자철학의 생사분리론과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의 생명은 적멸한다는 주장을 배격한 선비이다. 50대 중반에 후릉참봉으로 추천되었으나 관직을 사양하고 계속 개성 화담에서 성리학 연구에 일생을 바친 분이다. 그 후에 숭양서원과 화곡서원에 제향(나라에서 거행하는 제사)됐고 선조 8년에 우의정에 추종되어 죽은후에 신도비가 세워졌고 서경덕이란 이름보다는 그의 저서 화담집이 더 유명하다. 두번째 송도삼절의 인물로는 조선시대의 시인이요 명기인 명월 황진이다. 그의 시작은 족보가 없어 미미하나 차차 세월이 가면서 세인의 기억에 남는 존재가 됐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그녀는 중종임금 때 진사의 서녀로 태어났으나 사서삼경을 읽고 시와 음률에 뛰어났으며 화려한 용모와 글솜씨에 어두운 과거가 묻힌 희대의 명인이었다. 15세 나이에 동네 총각이 자기를 연모하다가 상사병으로 죽자 기생으로 변신했다고 한다. 당시의 문인이나 유학자들과 교우하여 탁월한 시재와 용모로 송도 뿐 아니라 전국에 알려진 개성 출신의 유명인이 됐다. 전설에 의하면 황진이는 당시 10년 동안 수도에 정진하여 생불이라 불리던 천마산 지족암의 선사를 정욕으로 유혹해 그를 파계시켰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당대의 성리학의 대가 서경덕을 미혹했으나 실패한 뒤 그와 사제관계를 맺었다는 일화도 있다. 그녀의 미모와 재능을 밑천으로 당대의 일류명사들과 교분을 가졌고 벽계수와 깊은 애정을 나누며 난숙한 시작을 통해 독특한 애정관계를 표현했으며 ‘만월대 회고시’에 ‘동지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둘로 내어’는 그의 가장 대표적인 시이다. 그 밖에 박연폭포시, 봉별 소양곡시, 영초월시 등이 그녀의 대표작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