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사9층목탑 터에서의 상념     황룡사9층목탑 터를 다시 찾았다. 1963년 1월21일자로 사적 제6호로 지정되었다는 황룡사터. 늘 마시는 공기의 고마움이랄까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살듯이 노천박물관이라는 경주에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유적지를 늘 보고 지내므로 정작 사적이나 국보 또는 보물 몇 호 라는 말에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문화재보호법 제6조에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념물 중 중요한 것을 사적·명승 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수 있다>라는 규정이 있고 일반적으로 사적은 선사시대의 유적, 고분, 제사와 신앙에 관한 유적, 정치 전쟁에 관한 유적, 산업 교통 토목 관계 유적, 분묘와 비석 등을 지정한다.    이 말을 뒤집으면 사적지를 답사하면서 우리는 그 사적지에 담겨있는 역사적 유래나 기록으로부터 선조들의 삶을 추정하고 그 지식이 오늘의 우리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황룡사9층목탑에 대한 일반적인 유래나 유물에 관한 것은 너무나 일반적인 상식이 되어버렸지만, 황룡사9층목탑에 얽힌 역사적 사실 그 중에서 고려시대 몽고군의 침입으로 1238년에 불타버린 것은 악몽임과 동시에 영원한 역사적 교훈이 되어야 할 것이다. 770여년이 흐른 지금은 몽고초원에서 말타기를 포함한 몽고여행이 유행이라니 참 감회가 새롭다. 왜 하필이면 강화도에서 고려군과 싸우던 몽고군이 경주까지 와서 황룡사9층목탑을 태웠을까 하는 원망을 해 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지금까지 보존되었더라면 찬란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되었을 황룡사9층목탑 터에서 사료에 남은 기록을 토대로 인도와 서라벌 그리고 몽고간의 묘한 역사적 인연을 떠 올려본다.   인도 아소카왕이 보낸 철과 금으로 만들어진 전설의 황룡사 장육존상,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 진신사리가 안치된 전설의 황룡사9층목탑 공히 불교의 발생지 인도와는 밀접한 인연이 있는 신성한 곳이다.   그런데 몽고는 13세기에 고려만 침입한 것이 아니라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고대 인도땅도 침범하고 다스렸다. 수 차례의 침입과 후퇴를 거듭하다 급기야 몽고군의 한 세력인 바부르와 그 뒤를 이은 후마윤 악바르 제항기르 샤자한 아우랑제브 등에 의해 무굴제국을 세우고 영국의 침입으로 무너질 때까지 수 백년간 인도를 지배하고 그 유명한 타즈마할, 아그라성, 델리성, 라호르성과 살리마르정원 등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하기야 몽고군의 침입이 있었기에 불교의 힘으로 몽고군을 물리치려고 팔만대장경이 만들어 졌으니 인류역사에 정복전쟁이란 인류에게 아픔도 주고 또 찬란한 문화유산도 남겨주는 묘한 역사적 사실이다.   일설에 의하면 몽고군이 우리나라에 소주를 전래시켰다는 이야기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고, 일본을 정벌하려던 몽고군이 주둔했던 개성, 안동, 마산 등지에서 몽고군을 위해 소주를 만들기 시작한 것에서 안동소주와 마산의 무학소주가 유래되었다 하기도 한다.   하여튼 불교의 발생지 인도의 아쇼카왕이 불교전파를 위해 근본8탑을 헐어 진신사리를 동서남북 사방으로 불탑을 많이 세웠고, 그 인연이 서라벌까지 와서 황룡사 장육존상과 9층목탑이 지어지는 과정 등 불탑의 시작에서 화려한 신라불탑의 조성등 그 소중한 인연의 두 장소에 공히 몽고군이 침입했다는 것 또한 예정된 인연이었을까?   황룡사9층목탑 터와 타즈마할은 신라와 인도 그리고 불교와 이슬람교의 차이로 전혀 이질적인 곳이지만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몽고군의 말발굽으로는 인연이 맺어지는 곳이다. 황룡사9층목탑은 몽고군의 말발굽에 불타버린 곳이고, 타즈마할은 몽고군의 후손이 인도를 점령하고 세운 무국제국의 가장 아름다운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3월말부터 개장되는 보문 신라밀레니엄(구 신라촌) 안에 통일신라 화랑의 마상쇼가 열린다니, 볼거리 부족한 경주에 새로운 관광명소로 무척 반갑기도 하지만, 말을 잘 다루는 한국인이 드물어 몽고인을 데려와서 화랑복장으로 마상쇼를 한다니 참 묘란 느낌이 들고, 아울러 몽고군의 말발굽에 불탄 황룡사9층목탑 터에서 그 몽고군의 후손들이 이젠 화랑복장으로 마상쇼를 한다니 참 반겨야할지 울어야 할지 뭐라고 문화재산책을 쓰는 손끝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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