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광의 흐름이 보는 관광에서 즐기는 관광으로 그 욕구가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유물과 유적 등 문화유산이나 자연경관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참여하고 체험을 통해 즐기면서 느끼는 관광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지역특산물의 경우도 보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직접 맛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먹거리까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볼거리보다 먹거리나 즐길거리에 대한 관광객들의 요구는 한층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의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현상으로 이에 대한 경주의 대처가 늦기 때문에 경주관광이 곤두박질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경주관광의 미래를 걱정했던 뜻있는 사람들은 일찍이 경주관광의 문제점으로 먹거리와 즐길거리의 부재를 지적했고, 이를 적극 개발해야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하게 높여 왔었다. 이에 대해 경주시가 간헐적으로 그 대책을 논의하긴 했지만 그야말로 논의 수준에 머물렀었고, 이에 대한 이렇다할 대책이나 변화를 기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지향하는 경주에서 자존심을 갖고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먹거리 하나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외부에서 관광객이 찾아왔을 때 ‘이것은 경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경주가 자랑하는 음식입니다.’라고 선뜻 자신 있게 권할만한 음식이 없다. 기껏해야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 중에서 맛이 좀 나은 곳을 골라 찾아가는 게 고작이다.
관광객이 찾아왔을 때 오늘 저녁은 신라시대 왕이 먹었던 수라상을 먹고, 내일 아침은 경주김씨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내려 오는 북어해장요리, 점심에는 수 천 년을 사찰에서 스님들이 먹었던 고들빼기김치를 곁들인 전통사찰음식, 그리고 저녁에는 양동마을에서 전승되어오는 여강이씨 가문의 전통차림상에 가양주인 청주를 곁들여 한잔하자고 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기분 좋게 여행길에 올랐다가 음식 때문에 언짢았던 경험을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모처럼의 여행에서 입맛이 당기는 마땅한 음식이 없거나, 음식이 맞지 않거나, 불친절함 때문에 기분을 망친다면 그 지역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나쁘게 각인될 것이고 그 이미지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경주는 관광을 위한 필요조건 중 볼거리나 잠자리 등에 대한 하드웨어적인 요소들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막상 관광객이 와서 즐길거리가 빈약해 스쳐지나가는 관광지로 전락해 가고 있다.
관광객의 발길을 묶기 위해 야간조명과 안압지 상성공연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볼거리의 다른 종류에 불과한 것이다.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고, 행위하는 놀거리와 먹거리의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늘어나고 세계관광인구도 늘어만 가는데 경주의 관광객은 왜 해마다 줄어드는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들을 위한 우리의 배려가 바탕이 된 친절과 그들의 요구를 먼저 알아서 준비하는 자세가 있어야한다.
경주가 첨단과학도시도 좋고, 스포츠도시도 좋지만 천년고도 역사도시라는 정체성과 문화관광산업을 버리고 취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보다 큰 안목이 요구된다.
오늘이 어제와 같아서는 다른 내일을 기대할 수 없듯이 뼈를 깎는 아픈 반성과 시대변화의 흐름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발 빠른 준비만이 새로운 내일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