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두부와 칡술 맛 일품 해발 300m 산골마을 ‘신대’
동대산 준령이 동해로 흘러내리면서 빚어 놓은 깊은 골짜기와 등성이에도 이를 의지해 밭을 일구고 논을 만들어 대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물 좋은 골짜기를 의지하기도하고 혹은 양지바른 등성이에 편편한 산자락을 의지하여 옹기종기 마을을 이루고 있다.
양남면 신대리는 이 일대에 흩어져 있는 ‘건대’, ‘어전’, ‘숯방’, ‘톳골’, ‘재말리’ 등 5개 마을이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경주시 양남면의 최남단 마을로 울산시와 경계를 이루며 동대산 동편의 해발 300m의 산 중턱에 자리한 산골마을이 모여서 이루어진 마을이다.
골골이 흩어져 있는 5개 마을을 다 합해도 50여 가구에 주민 137명에 불과한 신대는 산나물과 논농사, 밭농사에 의지해 살고 있으며 감과 한우를 생산하고 있다. 3가구에서 감을 생산하여 연간 7천여 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고, 200여 마리의 한우를 기르고 있다.
경주 양남의 최남단 마을
신대리는 양남 수렴리 관성해수욕장에서 서쪽으로 거랑을 거슬러 오르면 신서리를 지나 상계리에 이르면 마우나오션으로 올라가는 길과 상계리로 가는 갈래를 만난다. 왼쪽길을 따라 오르면 어전에 이르고, 오른쪽으로 가면 상계리를 거쳐 건대로 가는 길과 숯방, 톳골로 가는 길로 이어진다.
신대리의 중심마을은 건대로 지리적으로도 가운데에 위치해 있고, 규모도 가장 큰 마을이다. 마을회관과 경로당도 이곳에 있다. 건대마을은 마우나오션으로 가는 길을 따라 어전에서 들어가는 길이 있고, 상계리를 거쳐 가는 길이 있다.
우리는 상계리를 거쳐서 계곡을 따라 오르는 2.6km의 계곡 길을 택했다. 이 길이 산등성이로 난 밋밋한 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계리에서 왼쪽으로 난 시멘트길을 따라 계곡을 오르니 청수사와 청수폭포가 나타났다. 이곳을 경계로 아래쪽은 상계리 그 위쪽이 신대리 구역이다. 이곳에서 마치 고디(고동)창자 같은 골짜기를 따라 오르면 폭포양어장가든이 있고,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필공집가든과 건봉사가 나타난다. 이곳을 지나 한 굽이를 더 오르면 멀리 동대산 정상까지 이어진 긴 골짜기가 한눈에 든다.
이 계곡을 중심으로 그 북쪽 자락에 남향으로 건대마을이 자리하고 있고 그 건너편에 최근에 들어선 집 몇 채가 보인다. 그리고 골짜기의 끝, 산꼭대기에는 마우나오션의 건물들이 보인다.
경주시청에서 38km 53분 거리이다. 호계에서 마우나오션을 거쳐 가는 길도 있다. 거리는 거의 비슷하다.
어전마을 반은 울산시 관할
건대(乾臺) 신대리의 중심이며 큰 마을로 마을 앞에 대(臺)라는 산이 있어 옛날부터 ‘건대’, ‘건댓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또 골짜기가 깊고 물이 좋지만 대부분의 농토가 산등성이에 있기 때문에 농사지을 물이 귀해 ‘건대’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동제는 해마다 정월보름날 지낸다. 당목은 수령 300여년 된 느티나무로 마을 뒤 계곡의 언덕배기에 있었다. 당나무는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곳에 서 있었으며 지금 한창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당집과 함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24가구)
숯방 옛날부터 마을 뒷산에 숲이 짙어 숯을 많이 생산하였으므로, ‘탄방(炭坊)’ 혹은 ‘수빵’, ‘술빵’이라 하였다고 한다. 숯이 많은 이곳에서 쇠를 부리었다고 한다. 마을주민들은 안 골짜기를 ‘쇠부리터’라고 부르고, 지금도 이곳에는 불에 그을린 돌들이 많다고 한다. 이 마을은 건대 뒷산 넘어 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다. 상계에서 오른쪽으로 2km 들어가면 최근에 새로 막은 상계못을 지나 이 마을에 이른다. (15가구)
재말리 옛날에는 동해변에 사는 사람들이 만리성을 넘어 외동읍으로 갈 때 이곳을 지났는데, 고갯길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재말’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근대 뒷산 고갯마루에 있다.
지금은 최근에 들어선 ‘새터주말농장’만 있다. (1가구) 톳방 마을 뒷산에 톱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고 하여 ‘톱방’이라 불렀다고도 하며, 찰흙이 많이 났다고 하여 ‘토방(土坊)’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숯방에서 북쪽으로 또 산을 하나 넘어 계곡에 있는 마을이다.
상계에서 오른쪽으로 4km 거리에 있다. 최근 저 출산시대에 9남매를 낳아 화재가 되었던 ‘9남매집’이 이곳에 있다. (5가구) 어전(於田) 이곳에 늘밭이 있었다고 하여 ‘늘밭’이라고 불렀던 것이 한자로 표기하면서 ‘어전(於田)’이 된 것으로 보인다.
늘풀은 습지에 잘 자라는데 지금도 이곳은 습지가 많다고 한다. 또 임진왜란 때 만리성(萬里城)을 넘기 위해 이곳에서 사람들이 오랫동안 어정거렸다고 하여 ‘어정’이라고도 불렀다고도 한다. 또 큰 소나무 여덟 그루가 있다고 하여 ‘팔송지(八松地)’, ‘팔상지’라고도 불렀다.
어전은 건대의 남쪽 산등성이에 위치한 마을로 마우나오션에서 양남으로 내려가다가 산중턱에 있는 마을이다. 이 산등성이가 경상북도와 울산시의 경계로 남쪽은 울산이고 북쪽은 경주이다. 따라서 이 마을도 길을 중심으로 경북어전(경주)과 경남어전(울산)으로 갈린다. (경주어전 9가구)
한지 만들던 ‘지통골’
삼태봉(三台峰) 해발 629m인 동대산 정상으로 세 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어 ‘삼태봉’이라고 한다. 외동읍 모화리와 경계지점이다.
쌍봉 숯방마을 남쪽에 있는 산으로 꼭대기에 쌍바위가 솟아있어 ‘쌍봉’이라고 한다.
구점테 철점(鐵店)이 있었던 골짜기로, 톳방 동남쪽에 있다. 숯방에서 생산한 쇠로 만든 각종 도구들을 이곳에서 팔았다고 한다.
산성골 만리성(관문성) 밑에 있는 골짜기로, 건대의 서남쪽 즉 마우나오션 골프장입구 골짜기이다.
지통골 옛날에 딱나무로 한지를 만들던 지통(紙筒)이 있었다고 하는 골짜기로 건대마을 동남쪽에 있다.
고랫골 숯방 남동쪽에 있는 깊은 골짜기로 물이 많은 습지다.
밋너메 미(묘) 너머에 있는 골짜기로, 숯방의 동북쪽이 된다.
배나무골 배나무가 있었던 골짜기로, 건대 뒤에 있고 봉웃골재 남쪽에 있다.
뱅탄골 건대에서 어전으로 가는 길의 아랫골짜기이다.
당삿골 당수나무가 있었다고 하는 골짜기로, 톳방 서북쪽에 있다.
중맷골 소보안 남쪽에 있는 골짜기로 골프장사무실 밑에 있는 골짜기다. 가운데 큰 봉우리가 있었는데 골프장공사로 봉우리가 없어졌다.
봉웃골 건대 서쪽에 있는 골짜기로 봉화올린 곳이다. 현재 골프장 클럽하우스 밑에 있는 골짜기다.
숯굴넘 숯을 굽던 굴 너머가 되는 골짜기로, 건대 북쪽에 있다. 빼어난 경관의 ‘귀이폭포’
귀이폭포 건봉사 앞 계곡에 있는 폭포로 마치 소 먹이를 주는 귀이(죽통)처럼 생겼다고 ‘귀이폭포’라고 부른다. 10여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암벽이 가운데가 마치 귀이처럼 파져서 그리로 물이 흘러내린다. 주변이 깎아지른 암벽으로 둘러싸여있고, 폭포가 만들어낸 웅덩이가 꽤나 깊고 넓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지녔다.
봉웃골재 봉웃골에서 외동읍 모화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봉우재’라고도 한다.
새바우 새처럼 생긴 바위가 있는 등성이로, 너븐등 옆에 있다.
불개미등 불개미가 많았다고 하는 등성이로, 숯방마을 어귀인 음달들 위에 있다. 이곳에는 최근에까지도 불개미 많았다고 한다.
너븐등 고랫골 동쪽에 있는 넓은 등성이.
칡밭등 숯방 북쪽등성이 즉 톳방 올라가는 등성이로 칡처럼 길게 생긴 등성이다.
꽤밭미기 톳방 동북쪽에 있는 등성이로 아주 가파른 산세 때문에 ‘꽤빨지다’는 말에서 꽤밭미기로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산등성이 올라가 봤는데 는 얼마나 가파른지 한발 올라가면 두발 미끄러질 정도로 나무를 잡지 않고는 기어오르기조차 힘들었다.
가파른 산세의 ‘꽤밭미기’
불썬바우 불을 밝히고 소원을 빌면 기도하는 바가 이루어진다는 영검한 바위로, 숯방 서쪽 안 골짜기에 있다. 이곳에서 기도하여 아들 낳은 사람이 많다고 한다. 요즘도 기도하러 온다고 한다.
넙덕바우 숯방 동남쪽에 있는 넓적한 바위인데 지금은 골프장에 들어갔다.
말똥바우 말똥처럼 생긴 바위로, 숯방 서쪽에 있다. 골프장 2번 그린 뒤쪽에 있다.
큰바우 숯방 동북쪽에 있는 큰 바위.
당숫들 당수나무가 있었던 들로, 숯방 음달들 북쪽에 있다. 오래된 상수리나무가 50년전에 죽고 40년 전에 심은 느티나무가 그 후계목으로 자라고 있다. 1968년에 당집도 지어 놓았다. 동제는 정월 보름에 지낸다.
안장태 숯방 서쪽에 있는 큰 들로 지금은 농사를 짓지 않고 묵혔다.
음달들 숯방 동쪽 응달진 곳에 있는 들. 어전못 어전 동쪽에 있는 못으로, 일제강점기 말기에 만들었다,
신선이 된 듯한 기분
손두부와 칡술 이 마을(건대)에는 우리 콩으로 직접 빚은 손두부와 칡으로 담근 청주의 맛이 기가 막힌다. 이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마을 구판장에서 따끈따끈한 손두부에 묵은 김치를 한 잎 걸쳐서 칡술 한잔하는 그 맛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와 아름다운 산색을 감상하면서 먹는 구수한 손두부와 입에 감치는 칡술은 마치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날 이순혁 이장님과 이상훈 새마을지도자의 권주가에 허개수 관장님과 기자들은 어둠에 짙게 깔리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건대에 들러 손두부와 칡술을 맛보시기를 권한다.
마우나오션으로 물 오염
신대는 동대산 중턱인 해발 300m의 산골에 자리한 마을인지라 천혜의 자연경관과 맑고 깨끗한 물과 공기로 비록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촌인심이 살아있는 살기 좋은 마을이다. 몇 안 되는 마을주민들이 한 식구처럼 오소도손 의좋게 살아가고 있다.
산속에 묻혀 조용하게 살아가던 이 마을이 세상에 많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에 마우나오션이 이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라고 한다.
울산 호계에서 산꼭대기까지 넓은 도로가 뚫리고 고급승용차들이 줄을 이어 드나들면서 이 마을에도 고급별장이 들어서고 있다. 여기저기 집터로 보이는 토목공사 현장도 보인다. 그리고 계곡의 맑은 물이 서서히 오염되어가고 있다.
건대마을 앞 깊은 계곡에는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물에 잠긴 도랑바닥의 돌들이 시커멓게 죽어가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이러한 현상을 마우나오션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이며 생명줄인 계곡물이 오염되어 가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건대-숯방 간 연결도로
이 마을은 건대에서 숯방으로 넘어가는 마을간 연결도로가 좁은 산길밖에 없어 차량통행은 물론 걸어 다니기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그래서 이웃 마을인 상계를 거쳐서 10여리를 돌아다녀야 한다. 주민들은 이 길의 확포장을 가장 시급한 숙원사업으로 꼽고 있다.
이 마을 최고령자는 85살의 김용만(남식어른)이며 마을이 너무 가난해 특별히 내세울만한 인물이 없다고 한다.
이 마을 이상훈 새마을지도자는 우리가 찾아갔을 때 밭에 거름 내고 있었다. “거름은 내일 내면 되요”하고는 자신의 차로 마을 구석구석을 안내해 준 인심이 너무 고맙다. 건대에서 톳방까지는 무려 7km에 이르는 산길이었다. 대부분 포장이 되었지만 톳방으로 가는 산길 중간 중간에는 흙길이 더 많았다. 마을유래에 대해 도움 말씀을 해주신 김형운(78·신대리 숯방마을)님께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