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3시 황성공원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34회 신라문화제 개막제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개막제의 주 행사인 고유제를 앞두고 본부석을 비롯한 관람석의 시민들이 대부분 자리를 일어나는 바람에 정작 고유제는 헌관들을 비롯한 일부 관계자들만의 의식으로 끝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본부석의 경우 중국 서안과 일본 우사, 베트남 후에시, 익산시 등 자매우호도시에서 참석한 경축사절단으로 참석한 외빈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기관장을 비롯한 지역 인사들 대부분이 먼저 자리를 뜬 상태였다.
고유제를 행사 말미에 지낸 탓도 있었지만 사회자가 개막식 말미에 고유제에 대한 안내 없이 마치 행사가 끝난 것처럼 안내한 것이 화근이었다. 또한 본부석 내빈 가운데 고유제를 준비하는 동안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바람에 전체 관람객들의 이탈 분위기를 이끌었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자 개최하는 신라문화제인 만큼 고유제는 엄숙하고 경건하게 치러야할 중요한 행사다. 그러나 이날 고유제는 80% 이상의 관람객이 이미 빠져나간 설렁한 분위기속에 치러진 것이다. 마치 예고편만 보고 본 영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영화관을 나가는 꼴이 된 것이다. 본부석에 남아있던 뜻있는 인사들이 안타까운 심정으로 한 마디씩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지난 1962년부터 열린 신라문화제는 45년의 전통을 지닌 경주지역의 대표적인 문화행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 신라문화제 고유제를 개막식보다 먼저 올리는 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고유제를 왜 올리는지 참석자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고유제에 참가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소상한 안내로 신라문화제의 의미를 더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겠다.
또한 참석자들이 스피커를 통해서 안내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앰프시설은 첨단과학도시를 꿈꾸는 경주의 위상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말로만 문화도시를 외칠게 아니라 이런 행사를 통해서 천년고도 역사 문화도시의 위상을 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