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남산에 사는 자라(거북)바위 이야기
삼릉에서 냉골을 따라 상선암 쪽으로 올라보자. 선각육존불에서 바로 동편 능선을 오르다 보면 좌측 골짜기 바위에 바짝 엎드려 바위산을 오르는 거북(혹은 자라)바위를 만나게 된다. 좀 더 올라 삼릉계 마애여래좌상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보물 제666호 삼릉계 석불좌상으로 가는 길에 엄마거북등에 아기거북이가 업혀있는 돌거북 모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서라벌 도읍을 향해 목을 쭉 내밀고 있는 거북이도 발견하게 되고 보물666호 가까이서는 소나무에 약간 가려 수직으로 산을 기어오르는 거북이도 발견하게 된다.
경주남산 석각육존불에서 보물666호 석불좌상까지만해도 5마리의 자라바위를 볼 수가 있다. 왜 경주남산엔 이렇게 자라형상의 바위가 많을까? 그리고 왜 하필이면 남산을 금오산(金鰲山)이라고 불렀을까? 이런 의문을 풀기위해 경주남산을 잘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다양한 대답이 나왔지만 공통점은 경주남산이 거북이 즉 자라(鰲)를 닮은 형상이라는 것이다.
지금이야 소나무가 푸르지만 옛날엔 뗄감으로 산나무를 많이 베어 경주남산도 민둥산이었을 것이다. 바위가 유난히 많은 경주남산을 저녘 석양이 비추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굳이 황토흙이 아니더라도 남산은 금빛이 찬란한 거북이 즉 자라모양으로 보였을 것이다.
중국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이 사는 산으로 비유된, 자라모양의 금오산의 정기를 타고 최치원 선생이 태어났다는 이야기에서의 금오산은 경주 남산을 지칭했을 것이다.
고대부터 인간은 불로장생을 꿈꾸어왔고 그로인하여 신령스런 산에 사는 신선을 상상하며 동경해왔다. 학이나 거북이처럼 장수하는 동물을 신선처럼 부러워하여 조각 그림등에 남기기도 하고, 비석의 밑받침으로 귀부를 만든 것 또한 불로장생을, 그리고 비록 몸은 죽어도 이름만이라도 오랫동안 살아남기를 염원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경주남산은 크게 금오산과 고위산으로 이루어 졌는데 금오산의 유래는 자라(鰲)의 형체를 닮아서 생긴 이름으로 보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경북 구미에 있는 금오산(金烏山)은 ‘까마귀 오(烏)’자이고, ‘금오’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태양 속에 산다는 발이 세 개인 ‘삼족오’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싶다.
구미의 금오산이나 경주의 금오산이나 공히 어쩌면 중국에서 발생되어 우리나라에 전래된 도교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이 사는 신령스런 산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삼국유사를 자세히 읽어보면 남산 즉 금오산에는 많은 신선이 살았음을 알 수가 있다.
한 예로 삼국유사 감통 제7호 ‘진신공양’에 나오는 망덕사에서 열린 낙성회에서 거만한 신라왕을 꾸짖고 몸을 솟구쳐 허공으로 날아 비파암 부근에 지팡이와 바리때만 남기고 사라진 ‘석가의 산 형체’라던 분도 알고 보면 불교사상에 습합된 도교의 신선으로 볼 수가 있다. 상선암 위에 신선들이 바둑을 두었다는 바둑바위의 전설 또한 금오산은 신선들이 사는 산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경주 남산에는 유난히 바위가 많다. 그 바위 속에 숨어있던 불성을 찾아 선조들은 수 많은 불상과 탑을 조상하기도 했다. 또 그 바위들 속에는 사자, 코끼리, 곰 등 여러 가지 동물의 형상도 숨어있다. 그러나 삼릉에서 상선암을 오르는 길에서 만나는 신성스런 돌거북이 혹은 자라형상의 바위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멀리서 보면 금빛 자라의 형상을 닮았다고 하여 ‘금오산’이라고 불려진 것으로 추측되는 경주남산! 그래서 남산엔 유난히 자라바위가 많은가 보다.
▶남산 삼릉계곡에서 만나는 자라(거북)을 닮은 바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