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의 중심축 동해안벨트
② 12억 중국 경주관광의 새로운 시장북경올림픽 이후
중국인들 해외관광 붐 예상
국제역사관광도시 경주, 중국관광객 맞을 준비 미흡
고유가로 인한 항공료 인상, 원화강세에 따른 한국관광상품의 가격 경쟁력 하락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상반기 3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650만명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한국관광공사는 내다봤다. 국가별 관광객수를 보면 중국이 38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3%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며 미국이 27만명으로 1.9% 증가했다. 그러나 일본은 112만명이 찾아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들 중 경주를 찾은 외국관광객은 얼마나 될까?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중국인 관광객은 또 얼마나 경주를 찾았을까?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경주를 찾은 관광객은 외국인 52만6천여명, 내국인 695만6천여명 등 내국인은 40% 가량 늘었지만 외국인은 겨우 5천여명이 증가했다.
이들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 관광객은 3만여명으로 조사됐다. 새로운 관광객으로 부상할 중국인들의 한국관광 붐이 예상됨으로 향후 노력여하에 따라 경주관광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외자유치 못지않게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관광산업이다. 중국을 찾는 한국관광객의 수는 매년 증가추세다. 이번 연수과정에서 둘러본 요녕성 단동시와 산동성 연대시, 위해시, 영성시, 청도시 등 이들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과 향후 발전방향 그리고 경주관광과의 연관성을 알아 보고자 한다.
고구려사 왜곡의 현장‘호산산성’---- 북한 신의주와 접경하고 있는 국경도시 단동은 지난 2004년 북한 룡천역 폭발사고 때 구호물자를 실은 차량들이 철교를 건너 북한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바로 그곳이다. 고려 말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한 압록강 위화도가 손에 잡힐 듯 지척에 보이는 곳이 단동이다.
강변을 따라 고층빌딩이 세워지며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중국과는 반대로 황량한 북쪽 신의주는 삭막함이 느껴졌다.
압록강변에는 수십 척의 유람선이 관광객을 싣고 북녘땅 20여m 앞까지 선회해 고기잡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단동시에서 동쪽으로 30여km 떨어진 곳에 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라고 소개하는 ‘호산장성’이 있다. 호산장성은 중국이 자행하고 있는 동북공정, 고구려사 왜곡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아 씀스름했다. 지난 90년대부터 복원을 시작해 명나라 장성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상 이곳은 고구려 ‘박작성’이라고 국내 학계에선 보고 있다. 문헌과 전형적인 고구려 축성법의 성벽, 대형 우물 등이 곳곳에 남아 있다고 한다.
항공권 매진--- 쾌적한 도시환경으로 ‘우수유람관광도시’ ‘중국 종합평가 50대 도시’로 중국 정부가 지정한 ‘연대’는 온대 계절풍 지역으로 연평균 12℃로 온화한 기후가 자랑이며 한국과도 비교적 거리가 가깝다. 아름다운 자연과 국제적 수준의 시설, 저렴한 비용 등으로 주말이면 한국 골프매니아들의 발길로 북적인다.
또 연대는 사과, 배, 포도 등 과수재배가 적합한 기후조건으로 생산량도 상당해 앞으로 국내 과수농가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100년 전통의 세계적 포도주를 생산하는 장유양주회사가 있어 ‘포도주의 고장’으로 불리고 있다.
‘청도’는 역사와 문화의 명승지이며 중국 도교의 발상지이기도 하지만 1897년 11월에 독일은 선교사를 구실로 군대를 파병해 청도를 강점했다. 1914년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11월에 일본이 독일을 대체해 청도를 점령하고 식민통치를 실시했다.
그리고 중국 근대사의 중심이 된 5.4운동이 이곳에서 일어났다.
소어산에서 바라본 청도 시가지는 온통 붉은 지붕 일색으로 유럽의 도시를 연상케한다. 왠지 색은 다르지만 경주의 기와와 닮은 것 같아 더 관심이 갔다. 청도에도 집을 지을 때에는 붉은 기와를 올리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짙푸른 바다와 넓은 해변이 항구도시 부산을 닮은 세계적 휴양지 청도가 자랑하는 또 한가지는 중국내 최대 맥주생산지로 100년 전통의 청도맥주가 또한 유명하다.
매년 8월 중순에 열리는 맥주축제는 세계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도시 곳곳이 축제분위기에 휩싸인다고 한다.
산동반도의 연대와 청도 등 인근지역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관광자원을 개발해 한국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또한 지역 특산물인 포도와 맥주를 활용해 관광자원화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관광산업을 위협하는 이들의 노력과 발걸음에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될 것같다.
장보고의 숨결이 남아 있는‘적산 법화원’---
TV드라마 ‘해신’을 통해 국내에서도 장보고를 재조명하며 드라마세트장이 유명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산동성 영성시 적산 법화원에는 최근 장보고기념관이 건립되어 한국학생들의 단체관광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법화원은 이 지역 산동척산수산그룹이 지난 2002년 3억위안(한화 약 450억원)을 투자해 장보고기념관을 비롯 일대를 정비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으며 최근 6개월간 내방객이 2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특히 연수단이 법화원을 방문하고 놀란 것은 엄청난 규모의 동상뿐만 아니라 대형 청동관음상이 보여준 웅장한 공연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법화원과 적산 선원 중앙에 자리잡은 극락보살계는 7천㎡의 부지에 분수와 중앙에 대형 적수관음상이 자리하고 있다. 분수 둘레에는 청동으로 주조한 9 마리의 용이 있고 호형벽에는 천수관음상과 십팔나한, 광장의 북단에 있는 관음대전에는 삼십삼상관음상이 호위하듯 극락보살계를 두르고 있다.
골짜기를 뒤흔드는 음향효과에 관람객들의 시선과 발길이 관음상 앞으로 하나둘 모인다. 음악에 맞춰 분수쇼가 펼쳐지면서 연화꽃잎 안에 숨어 있던 4명의 동자가 나타나자 대형 적수관음보살이 움직임을 시작하면서 동자들이 받치고 있는 쟁반위로 물병을 떨구어 물을 내린다.
이때 안개 속에서 비천상이 춤을 추고 20여m 높이로 솟아오른 물이 관음상을 적시며 그 아래의 금강역사가 불을 내뿜는다. 극락보살계는 불교문화와 과학기술이 융합된 18분간의 대형 오페라 무대를 보는 듯 장대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역사문화도시조성사업으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한 경주가 관광자원개발을 위해 문화재 복원이나 건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역사적 고증은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존재하지 않는 문화재를 만들어 내어 관광자원화를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중국을 보면서 앞으로 경주가 관광자원 개발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기하는 것 같았다.
자매도시인 서안시와의 민간교류 적극 노력-----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길목에 대형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산동성 위해시의 한 개발구에서 설치한 광고판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그들은 자국도 아닌 이곳에 많은 비용을 들여 광고판을 세웠을까? 궁금하다. 그들이 광고판을 세운 목적은 이렇다고 한다.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중국 투자를 물색중인 한 사람의 한국 대형 투자가의 눈에 띄여 투자를 유치한다면 그들로서는 대단한 성과일 것이다. 혹여 투자유치를 못해도 이 광고판을 본 사람들이라면 중국의 위해시와 이 개발구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고 한다. 새삼 급속한 경제성장을 걷고 있는 중국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놀랐다.
중국은 2008년 북경올림픽 이후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해외여행 붐이 일 것이라고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지금은 일부의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을 하는 정도지만 점차 대중화 될 것이다.
경주는 중국의 서안시와 자매도시를 맺고 있지만 지난해 양도시간의 교류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렇다면 서안이 위치한 섬서성 총인구는 4천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섬서성은 이미 중국내에서도 전기, 전자, 기계, 자동차 등 공업기반이 탄탄한 곳으로 향후 소득의 상승이 예상된다. 그러므로 자매도시인 서안시와의 교류는 잠재고객 유치차원에서도 지속적인 관계가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 예술, 체육 등 현재 실시하고 있는 경주시 차원의 상호교류는 물론 민간차원의 교류, 개인적인 중국방문 시에도 자매도시인 서안시와의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 활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나 경북도에서 실시하는 해외홍보 활동에 홍보책자를 보내는 정도의 소극적인 활동으로는 부족하다. 경주는 한국을 대표하고 경북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해외 홍보활동을 위한 전담인력의 확대와 고객유치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요구된다.
“중국, VIP마케팅으로‘경주관광’ 부활을 준비하자”---- 몇 년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붐이 일어나는 시점에 경주가 중국특수를 누리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연수에서 만난 상해한인회의 한 기업인의 말이 생각난다.
“현재 중국에는 오랜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로 바뀌면서 많은 경제적 부를 축적한 중국인들이 많다.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못사는 중국이 아니다.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고 대저택에서 명품브랜드와 골프를 치는 최상위층 1%만 해도 1천만명이 넘는데 이들 최상위층을 타켓으로 해야한다”며 “이제 한국사람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언제까지 중국이 우리보다 못한 나라로만 있겠는가? 어떤 부분에서는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몇가지 방안으로는 중국은 자동차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매년 부산에서 개최되는 부산모터쇼에 중국측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한다. 이들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 그리고 부산, 울산, 대구 등 인근도시들이 추진하는 중국교류사업에 경주시도 적극 동참해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유럽지역의 유명 관광지에는 이미 중국관광객들을 위해 안내판이나 음식메뉴에 중국어 표기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관광안내 책자를 비롯한 일반 음식점의 중국어 표기를 확대·시행해야 할 것이다.
13억 중국인 대다수를 상대로 하는 마케팅보다는 이들 중 상위 10%인 1억3천명의 VIP고객들을 어떻게 우리 지역으로 유치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또 한국을 한번쯤 다녀간 중국인들이 한결같이 “배고프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음식의 양이나 메뉴에서 중국인들에게 배부를 만큼의 충분한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개발, 수시로 따뜻한 차나 물을 공급하는 것, 언어 등 기본적인 서비스는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와는 다른 다양한 문화권의 중국인들을 위한 눈높이에 맞는 최고급의 관광서비스를 제공한다면 13억 중국은 경주관광의 든든한 수익모델이 될지도 모른다.
이종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