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주의 초점-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요청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어렵게 유치한 국책사업 경주가 주도해야”
지원사업요청안 ‘경주발전 큰 틀 부족’
국정추위-“시민여론수렴위해 기간연장을”
경주시가 산자부에 제출할 방폐장유치지역 지원요청사업이 대부분 기존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거나 사회기반시설 위주로 짜여있어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을 싸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가칭)국책사업유치지역 정부지원사업 추진위원회(이하 국정추위)를 구성해 잇따라 회의를 개최하고 23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통해 “경주시가 오는 7월1일까지 산자부에 신청하는 사업요청서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추위가 제출 연기를 주장하는 것은 “경주의 미래가 달린 문제에 경주시가 지역 여론 수렴에 소홀히 해 졸속으로 사업이 짜여 있는 만큼 시민들의 충분한 여론을 수렴 후 사업을 산자부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보다 진행 중인 사업이 많다=당초 경주시가 조심스럽게 수차례 자체 논의를 거쳐 내놓은 지원요청사업 항목은 총 99건에 국비 4조1천636억여원 규모였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황룡사지 복원(국비 1천880억원), 일정교 월정교 및 신라의 옛길 복원(267억원), 경주읍성복원(356억원) 등 문화재 복원 및 정비부문(국비 총 1조819억원) 등 경주시의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에 들어있는 사업과 기존 경주시가 추진하려고 계획했던 사업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도로교통망(SOC) 확충에 절반이 넘는 2조2천598억원의 국비를 요청할 참이었다.
또 경주생활쓰레기소각장의 경우 정부가 환경정책에 의해 국비가 당연히 지원되는 사업인데도 포함시킨 것은 물론 사업안 작성 후 지적에 따라 삭제하기로 했지만 민자유치사업으로 최근 문제가 됐던 불국사 노외주차장의 매입관리에도 175억원의 국비를 요청하려고 포함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잇따라 회의를 개최해 대책마련에 나선 시민사회단체들은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에 포함된 사업을 방폐장 유치로 취할 수 있는 사업에 포함시킨 것은 문제가 많다”며 “자칫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할 때 사업예산의 요구는 어떻게 풀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또 “경주시가 만든 사업안을 보면 전체적인 경주발전의 틀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선순위가 되는 사업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며 “특히 방폐장 유치과정에서 국책사업유치단이나 경주시가 주민들에게 약속한 교육비, 전기세 지원 등을 해소할 방안은 포함 되지 않았다”도 지적했다.
경주시는 처음 계획한 99건에 자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1건을 빼고 다시 10여건의 사업안을 모아 총 110여건의 사업안을 거의 확정해 놓고 있다.
▶시민 공감대 형성하는 여론수렴 형식만=경주시가 이번 지원요청사업을 정하는 데에 있어 해당 국장은 3~4개월 동안 수차례 회의를 거쳤다고 했지만 경주시민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수렴은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었다.
경주시는 지원요청사업안을 내놓기 위해 타 지역의 모 대학에 2천만원의 용역을 주고 만들었다.
경주시가 지원요청사업안을 그나마 비공개 회의에 내놓은 것이 지난 14일. 경주시가 산자부에 제출할 마지막 시한인 7월1일을 불과 17일을 남겨놓고서였다.
특히 지난 15일 지역시민단체에 연락해 16일 회의를 요청했고 자료를 준비해야 하니 19일까지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뒤늦게 회의를 갖는 것은 명분을 쌓기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4일 시의원들이나 16일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회의를 할 때는 이미 경주시 지원요청사업안이 대부분 틀을 잡았기 때문에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방폐장 유치 후 경주의 장기적인 발전방향의 틀을 잡기위해 정부에 건의할 프로젝트를 시민단체에서 올해 초에 시민토론회를 거쳐 시에 촉구했지만 전혀 반영하지 않고 지원요청사업안을 만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국정추위가 신청서 제출 연기를 요구하는 이유=지역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국정추위는 현재 경주시가 산자부에 제출하려는 지원요청사업안으로는 경주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경주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장기적인 경주발전 전략 하에 정부에 과감히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정추위는 “경주시민들이 역사문화도시의 자존심을 버려가면서 생존을 위해 방폐장을 유치했는데 경주시는 6개월이 지나도록 시민사회와 제대로 된 논의 또는 합의된 요청서를 내지 못하고 졸속으로 결정해 제출하려 한다”며 “방폐장 유치 사업의 결정이 절대다수 시민의 뜻에 따라서 결정된 만큼 반드시 그 성과에 대한 결과물인 유치지역지원요청 사업결정에 있어서도 반드시 시민들의 결집된 뜻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정추위는 또 “그 동안 지방선거 때문에 시민설명회나 공청회를 가지지 못하고 추진한데대한 그 만큼의 여유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적어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고 경주시의 미래가 좌우되는 사항인 만큼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더라도 새로이 구성되는 경주시의회의 채택결의 정도는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원요청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추위 한 관계자는 “절대적인 시민의 뜻으로 방폐장을 유치한 우리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데 이를 경주시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제출시한 연기 가능한가?=지원사업요청서는 입법고시 기준일인 올해 1월 2일로부터 6개월 전에 제출하도록 했기 때문에 경주시는 7월 1일까지 산자부에 제출해야 한다.
국정추위의 연기요청에 대해 이봉우 국책사업추진지원단장은 “오는 1일까지 지원사업요청서를 제출하는 것은 변동이 있을 수 없으며 사업을 신청하면 추가나 변동 신청도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단장의 말대로라면 이번에 경주시가 사업안을 올리면 끝이라는 예기다.
▶향후 시민단체들의 활동은?=지난 19일부터 연석회의를 하면서 대책마련에 나선 지역시민단체는 ‘국책사업유치지역 정부지원사업 추진준비위원회(국정추위)’를 발족해 일단 백상승 시장이 귀국하는 26일 다시 지원사업요청을 연기할 수 있도록 촉구하기로 했다.
지난 23일 긴급기자회견을 가진 국정추위는 “경주시민들은 생존을 위하여 3천억원+α의 지원을 받아내기 위하여 자존심을 버려 가면서 300년을 관리해야하는 애물단지 방폐장을 수용했다”며 “경주시나 정부가 행정편의주의로 경주시민들의 정서와 목소리를 우습게 여긴다면 이번에는 99%의 결집력으로 임시 저장 노상방치하고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과 신월성원전 추가건설은 물론이고 방폐장까지도 정부가 다 가져가라고 외칠 것”이라고 성토했다.
국정추위는 또 “정부가 급한 불을 끈 마당에 정부가 지원하는 지역지원액을 최소화하여 신뢰성을 잃어버린다면 앞으로 원전정책이나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문제는 아마 우리사회에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성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