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 권혁주
부끄러움과 부끄러움 사이로
그리운 집 한 채 간다
그대와 사람과 사람사이나 사이의
아득한 손짓들이 알지 못한것에 이끌리어
잠깐 한 눈 파는 사이 꽃은 피듯이
끈끈한 점액질의 반짝이는 길들은
동서남북으로 촉수를 뻗어
우리 마음의 응달진 곳 까지 비추고 간다
한 때
세상의 꽃이었던 말들이
민들레 꽃씨 되어
착한 소금쟁이처럼 쪼그리고 앉은 저녁답
사람과 사람사이
어둠과 어둠사이
서늘한 해와 따뜻한 달 사이에
투명한 집 한 채 꿈꾸고 싶다
기름 잘잘 흐르는 더듬이와
이슬빛 눈을 가진 아이도 하나
[시작노트]
한동안 집 생각에 매달려 있던 적이 있었다
슬픔과 그리움으로 겹쳐지는 얼굴들과 깊고 서늘한
그늘이 함께 떠오르는 마음속의 빈 터 같은 것이었다
그즈음 어느별의 운석 한 조각이 듯 작고 따뜻한 집 한 채
떠내고 가는 달팽이를 만났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중인지......
[약력]
경주출생
문학세계등단
육부촌동인
시와수필회원
대구불교문인협회회원
경주문인협회회원
경북문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