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노서동 한진장 여관(객실 32개 규모). 외관상 별다른 치장도 없고 그저 평범한 여관쯤으로 생각되는 한진장 여관의 투숙객은 모두 파란 눈의 외국인이 주류를 이룬다. 배낭을 맨 젊은이에서부터 중년까지 경주를 찾는 소위 FIT(가이드 없이 혼자 즐기는 여행객)외국인 여행자들은 대부분 한번 이곳을 다녀간 후 마치 자신의 집 처럼 "편안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간 5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즐겨찾는 경주에 외국인 전용 숙박업소(관광호텔 제외)이 드문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한진장 여관은 국내 보다 해외에서 더욱 유명하다. 일본 교통공사와 J-TV 등 10여개 여행전문 잡지 등에 상세히 소개됐고 특히 최근에는 KBS의 `피플 세상속으로` 프로에 이 여관 주인인 권영정씨(75)가 소개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진장 여관에는 세계 각국에 관광객들이 찾는다. 권씨는 지난 78년부터 여관을 운영해오다 80년대 들어서 관광산업이 활기를 찾 으면서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영어와 일본어 등 나름대로 익혀 온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한진여관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권씨는 경주에 대한 소개와 길잡이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진장 여관에 머무는 동안 관광객들은 권씨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권씨는 그들에게 요가와 스콜피온 쇼를 보여 준다. 이 때문에 만약 그들이 권씨가 하는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면 한달 동안 한진장 여관에서 무료로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준기도 한다. 이런 독특한 방법으로 권씨는 경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관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다. 권씨는 칠순의 나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역사책을 살펴보고 향토 사학자들을 직접 찾아가 신라의 흥망성쇄 등 역사를 배우고 외국인 고객들에게 흥미있게 설명도 해준다. 이밖에 권씨는 손수 제작한 지도를 그들에게 제공하고 고급, 중급 등으로 분류한 경주시내의 특색 있는 식당과 버스 안내 등을 하고 있다. 이 여관 2층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컴퓨터가 놓여 있다. 권씨는 "외국인들은 자기가 컴퓨터를 사용한 시간만큼의 돈을 알아서 지불한다. 그들의 정직함을 우리도 배웠으면 한다고" 했다. 여행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관광객에게는 권씨는 조촐한 파티와 함께 직접 쓴 붓글씨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래서 권씨의 방안에는 세계 각국의 물건들과 그들이 다녀간 후 감사의 편지, 감상문 등이 한쪽 서재를 가득 차지하고 있다. 권씨는 앞으로 이러한 자료들을 모아 전시관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 여관에서 서로 모르는 남녀가 만나 5년 동안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15년만에 그들의 자녀와 함께 다시 우리 여관을 찾는 손님이 있었다"고 말하는 권씨는 시종 미소를 잃지 않았다. <사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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