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산책 (구황동 금강역사상) 구황동 금강역사상 앞에서 최근에 경주박물관 야외전시장에 몇 점의 유물 전시 위치가 바뀌었다. 그 중에 미술관 입구 기둥에 세워져 있던 구황동 금강역사상이 미술관 남쪽 잔디밭으로 옮겨져 양 사방에서 자연스럽게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구황동 금강역사상은 분황사 동남쪽, 황룡사지 동쪽 산업도로 건너편에 있는 구황동 절터에 있던 조각상인데 1915년에 박물관으로 옮겨져 왔다고 한다. 지금도 그 절터에 가면 네 구의 금강역사상과 석탑 옥개석, 그리고 초석 등이 남아 있다. 일설에 의하면 삼국유사 경문왕대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전설의 현장인 도림사 터가 바로 이곳이 아닌지 추정하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이 구황동 금강역사상은 재질이 안산암이며, 분황사 모전석탑의 감실 입구 좌우에 배치된 금강역사상과 거의 비슷한 모습이고 재질도 안산암으로 동일하여, 구황동 절터에도 모전석탑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분황사는 선덕여왕 3년(634년)이라는 건립연대가 기록에 남아 있지만, 구황동 절터와 모전석탑의 건립연대에 관해서는 아무런 고고학적인 또 역사학적인 기록이 없어 아쉽다. 다만 유일한 단서는 구황동 절터 금강역사상의 조각기법과 의상의 형식을 분황사 석탑 금강역사상과 비교함으로써 구황동 절터의 금강역사상이 분황사 것에 비해 시대적으로 뒤진 후대의 것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금강역사상의 의상 형식 차이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치 않고 사진으로 비교해보면 금방 드러난다. 분황사 금강역사상은 다리부분의 옷자락이 뾰족뾰족한 것이 중국 북위시대 불상의 의상형식을 닮은 듯하고, 구황동 절터 금강역사상의 옷자락은 부드럽게 휘날리는 것으로 분황사에 비해서는 제법 후대(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황룡사 동편 산업도로 건너편에 자리 잡아 일부러 찾지 않으면 답사객의 발길이 드문 구황동 절터. 그러나 석양 노을이 붉게 물들 즈음에 이 절터를 찾으면 문화재 산책의 깊은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송화산, 선도산, 남산, 낭산, 명활산, 소금강산이 사방으로 병풍 쳐진 서라벌 옛터의 흔적들(월성, 안압지, 황룡사지, 분황사, 황복사와 진평왕릉)이 시야에 들어오고 비록 전설이지만 삼국유사가 전하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메아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야릇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경주박물관 미술관 옆 정원의 구황동 절터 금강역사상을 분황사 석탑 금강역사상과 비교해보면 더욱 유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