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찾아서... 내남 박달2리 흰닭의 ‘백닭’에서 박달로 변천되어 “동네 젊은이 밥에 미 겉애” 희면 가물고 검으면 비 온다는 ‘칭덤바위’ 박달은 경주에서 언양 방향으로 국도 35선을 따라가다가 남산 끝자락인 이조에서 서쪽으로 약 7km정도 들어가는 깊은 골짜기로 가을단풍에 붉게 물든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 경주의 최 서남단에 위치한 산골마을 박달은 산을 경계로 울주군과 산내면에 맞닿아 있다. 박달(朴達)은 ‘백닭’이 오랜 세월 변천된 말로 마을 뒷산의 모양이 마치 흰 닭처럼 생겼다고 ‘백닭’이라 부른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 마을을 개척할 당시 뒷산에서 흰 닭이 울어 ‘백닭’이라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백닭’이 불길하다하여 마을 사람들이 합의하여 ‘박달’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옛날 이곳에 고씨들이 피난 와서 생활하면서 밝음을 지향하여 ‘박달’로 불렸다고도 한다. 그러나 본래 박달에 해당하는 ‘원박달(元朴達)’은 1985년에 만들어진 박달저수지에 수몰된 채 마을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박달은 폐교된 박달초등학교 북쪽 비지 방향에 있는 양삼, 샛골, 매터가 1리, 박달저수지를 중심으로 펼쳐진 도진마을, 사기점이 2리, 그 다음 괘밭이 3리, 가장 안쪽에 있는 고사리가 4리에 해당한다. 경주최초 여성 이장 김은숙 박달2리는 박달초등학교에서부터 박달저수지 상단에 위치한 도진마을까지로 박달저수지에 수몰된 원박달과 도진, 사기점, 매조골 등이 이에 속한다. 마을전체가 호수의 맑고 푸른 물을 바탕으로 아름답게 수놓은 산들에 둘러싸여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산 좋고, 물 맑고, 인심까지 좋은 박달2리는 산골마을답지 않게 경주 최초로 여성 이장(김은숙 60)을 배출한 열린 마을이다. 6년째 이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김은숙 이장의 타고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모든 마을주민들이 화기애애한 가운데 화목하고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었다. 총 53가구에 108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남자 56명, 여자 52명으로 예전부터 월성 김씨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민들은 3년전 5억원을 들여 공사하다가 중단된 산내 상목골과의 연결도로 공사재개를 바라고 있다. 산내와 연결도로가 생겨 교통이 편리해지면 이곳에 살고 싶어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해서다. “동네 젊은이는 밥에 미 같다”는 한 주민의 표현처럼 대부분 주민들이 70세 이상 노인들로 이루어져 젊은 세대들의 유입이 소망이기 때문이다. 산내에서 불 때면 박달에서 연기 *‘도진(道眞)’은 본래 마을 뒷산이 마치 돼지가 누운 모양을 해서 또는 돼지모양의 바위가 있어 ‘돈암(豚岩)’이라 불렀으나, 임진왜란 때 이곳에 정착한 김상용(金相龍)이라는 이가 ‘참된 도의(道義)를 숭상하며 살아가는 마을이 되라’는 뜻에서, 마을이름을 ‘도진(道進)’이라고 고쳐 불렀다고 한다. 지금도 ‘도진바우’, ‘도진뱅이’, ‘도진방(道進坊)’, ‘도진(道進)’ 등으로 불린다. *‘원박달(元朴達)’은 수몰지역으로 저수지를 막기 전에는 45가구가 있었으나 수몰이후 경주, 울산 등지로 뿔뿔이 흩어졌다고 한다. 지금 이곳에는 2백만톤에 이르는 호수의 푸른 물결만 넘실거리고 ‘수몰 이주민 애향비’만 외롭게 서 있다. * 매조골은 매화꽃이 많이 피는 골짜기라는 뜻에서 불린 이름이라고 한다. * 사기점은 옛날에 가마가 있던 곳으로 지금도 이 주위에는 사기조각들이 많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 갈모봉은 마치 갈모(비올 때 갓 위에 쓰는 기름종이로 된 고깔모자)처럼 생긴 봉우리로 박달저수지 상단에 있다. 이 산 중턱에는 방 하나 크기의 동굴이 있다. 산 넘어 산내 진목에 있는 동굴하고 연결되어 있어 산내에서 석달 열흘간 불을 지피면 이곳에서 연기가 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두 동굴의 거리가 약 4~5km가량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을 리 만무하지만 연기에 그을린 자국이 남아있다는 김갑순(72) 반장님의 안내로 이곳을 찾았을 때는 동굴은 막혀있었고 누가 천막을 치고 최근까지 거처한 흔적만 어지럽게 남아 있었다. * 칭덤바위(층계바위)는 도진마을 앞산에 마치 돌계단을 쌓은 듯 산 정상부위에 형성된 암벽으로 옛날부터 이 바위로 일기를 예측 했다고 한다. ‘바위가 흰빛을 띠면 가물고, 검은빛을 띠면 비가 왔다’고 한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은 이외에도 체처럼 생긴 체이(체)바위, 중머리처럼 둥근 중바위, 여자성기를 닮은 00골 등등이 있다. 노지재배 표고버섯 맛과 향 뛰어나 박달2리는 옛날에는 닥나무가 많았고 닥종이를 생산하던 지통이 최근까지 있었으나 지금은 당시에 사용했던 도구만 남아있다고 한다. 현재 특산물로는 노지에서 재배한 표고버섯이 유명하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표고버섯은 야산 소나무 밑에서 거의 자연의 힘으로 재배했기 때문에 자연산 표고에 가까운 향과 맛을 지니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정성껏 싸주신 표고버섯을 요리해서 먹어보았더니 자연산처럼 향도 강하고 육질이 단단하여 정말 그 맛이 일품이었다. 아름다운 경관과 깨끗한 환경 때문에 이 마을에는 최근에 헷틴산수도원(수양관)과 알버트호스피스의 집 등 요양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사혈로 유명한 심천사혈도 이 마을 매조골에 있다.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현재 경주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김일윤 총장이 이 마을 출신이다. ∎ 주요인물 * 이장님 김은숙(60) * 노인회장 안봉순(72) * 부녀회장 강순자(54) * 최고령자 최영순(용호댁, 88) * 새마을지도자 김석진(61) * 반장님 김갑순(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