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도협회 경주지부 ‘선다회’ 무량 김계연 선생 불그레한 산 빛 아름답고 은은한 국화 향에 흠뻑 취해보고 싶은 가을이다. 이 가을, 좋은 사람과 차향을 나누며 아름다운 인연을 엮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의 다도문화 창달에 힘써온 한국다도협회 경주지부 ‘선다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선다회를 창립하고 이끌어온 선다원 무량 김계연(53 한국다도협회 경주지부장)선생을 만났다. 선다원을 찾았을 때는 따사로운 가을햇살에 노오란 산국마저 졸고 있는 오후였다. 태종 무열왕릉이 속한 서악리 고분군 옆에 자리한 ‘선다원’은 전에 무위사라는 사찰이 있던 한옥이었다. 차향 그윽한 선다원을 들어서자 ‘예부터 성현들이 차를 좋아한 것은 차가 군자의 성품과 같이 사특함이 없기 때문’이라는 초의선사의 글이 반긴다. ‘다선일미(茶禪一味)’, ‘다선일체(茶禪一體)’라고 했던가? 한국다도의 중흥조로 일컬어지는 초의선사는 감히 차와 선을 동격으로 보았을 정도다. 차는 인간의 심성을 순화하고 중용의 도를 배울 수 있어 옛부터 ‘다도’라 불렀다. 그래서일까, 평소에도 늘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는 무량 김계연 선생의 단아한 모습에서 범상치 않은 기품을 엿볼 수 있었다. 거제도가 고향인 선생은 1990년 선다원 다모로 경주에 오기 전까지는 부산에서 꽃꽂이 강사였다. 절에 다니면서 스님들로부터 차 마시는 법을 배웠고, 차를 가까이하며 좋아하다보니 선다원 다모로 오게 되었고 이젠 경주지역의 대표적인 차인이다. “처음엔 적응하지 못해 경주에서 생활하기 어려웠다. 늘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차를 통해 만난 인연들 때문에 결국 경주에 머물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이다. 우연하게 차인이 되어 경주에 와서 생활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했을 선생의 솔직한 심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생의 본격적인 차 공부는 1993년에 부산여대 차문화복지과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차인으로 생활하다보니 자연 차에 대해 말할 기회가 많아졌고 강의 요청도 잦아졌다. 따라서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했던 것이다. 선다회는 한국다도회 경주지부 직할모임으로 현재 이종분 회장을 중심으로 25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3개월간의 다도강습 초급과정을 거쳐야 입회자격이 주어지는 선다회는 엄격한 자격제한으로 인해 비록 숫자는 많지 않지만 그만큼 격이 높다. 10여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선다회는 충담제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 헌다례를 도맡아 왔으며 특히 서출지 이요당에서 갖는 연차회를 올해 9년째 열어오고 있다. 연차회는 차를 연꽃 속에 넣어서 차에 연꽃향이 베이도록 한 뒤 마시는 방식으로 차향과 함께 연꽃향이 어우러져 그 맛은 말로 형언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외에도 선다회는 분기별로 열리는 정기적인 다도강습을 통해 약 150여명의 다인들을 배출했고, 유치원, 어린이집, 청소년수련관 등에 다도 및 예절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10주년을 맞는 선다회는 앞으로 복지 쪽으로도 차 문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자원, 애가원 등 복지시설과 양로시설에도 다도와 예절 교육을 보급할 계획이다. 차는 마음의 여유와 정서적 순화, 편안함을 주기 때문에 사람에게 이롭고 특히 여성들의 경우 다도를 통해 정서적인 안정은 물론 예절까지 겸비해 스스로 품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젠 가정마다 거의 차와 차도구가 있고 차를 즐기는 사람들도 급격히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그러다보니 차의 격이 너무 떨어져 걱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너무 형식에 얽매여서도 곤란하다. 중용이 도라고 하지 않았는가. 초의선사도 “형식과 의례보다는 검소하고 편안한 가운데 자유롭게 차 마시길” 권하지 않았는가. 차향 나누며 아름다운 인연 만들어가는 그런 가을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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