慶 州 徐 英 洙 나는 보았지. 남산과 선도산이 얼굴 맞대고 사랑의 密語처럼 우리의 언어를 풀어내는 현장을. 명활산 소금강산이 손에 손잡고 형제의 핏금같이 겨레의 텃밭을 삽질하는 옥토를. 나는 들었지. 西川, 北川, 汶川을 허리띠처럼 휘감고 천년을 깎아 세운 고향집 당마루에 지부지기 하늘을 이고 알몸으로 익어가는 이 가을. 20세기 노을이 떠서 울고 있는 소리를. 나는 알았지. 삼화령에 바친 스님의 茶香이 老松 가지에 날아든 솔거의 새가 누더기 옷에 펄럭인 백결의 바람이 하나로 하나로만 타오르던 명활산성 봉화불이 새 천년 안테나에 걸려 유네스코 언덕배기에 불씨 처드는 慶州를. 〈시작 노트〉 경주에 바람이 분다. 고도 경주에 가을 바람이 분다. 빨갛게 물든 단풍잎이 추령고개를 흔들며 일제히 일어서는 가을의 몸짓에 바람이 술렁이고 있다. 천년신라가 도사리고 앉은 겨레의 고향 서라벌 흙더미에 새시대를 부르고 새 문화를 수 놓는 너와 나의 눈짓이 바람에 날려 외로운 들국화처럼 한들거리는데 국책사업 유치를 외치는 경주인의 목쉰 소리는 봉황대 정점을 타고 앉아 새 하늘을 부르고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21세기 新慶州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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