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산책 황복사지 귀부의 귀갑무늬 효소왕 원년(692년)에 만들어진 황복사지 3층석탑은 언제 보아도 정겹지만 석탑 동남쪽 논둑에 있는 두 개의 파손된 귀부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황복사지 귀부의 귀갑무늬가 태종무열왕릉비의 귀갑무늬(육각형이고 두 줄로 새겨짐)와는 달리 4겹이고 곡선의 변형된 귀갑무늬이다. 태종무열왕릉비, 숭복사지 귀부와 고선사지 서동화상비 귀부 등의 귀갑무늬를 관찰해보면 숭복사 귀부와 태종무열왕릉비 귀부는 2겹의 육각형인 형태이고, 서동화상비 귀부나 황복사지 귀부는 4겹의 곡선형태 귀갑문양으로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의문의 실마리를 풀기위해 서안 비림박물관의 귀부 사진들을 살펴보니 중국에서도 육각형 귀갑무늬(예를 들면 대진경교유행중국비)가 주류지만 곡선의 다양한 변형된 귀갑무늬도 있음을 확인 할 수가 있었다. 신라시대 귀부의 머리가 초창기엔 거북이 형태에서 후반기에 용의 머리 형태로 변화하는 것처럼 시대적 변화인가 생각했으나, 절대연대를 비교하여 태종무열왕릉비(661년)와 대숭복사비(896년) 귀부가 육각형인데, 그 사이연대인 서동화상비(800-808년 추정), 황복사지비(706년경)가 곡선형태의 귀갑무늬이므로 시대적 변화과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혹시 유교적 관점에서 왕이나 공신의 업적을 기리는 귀부는 전형적인 2겹 육각형 귀갑무늬인데 비해, 불교적인 색채나 영향이 강조될 때는 변형된 형태인 곡선형 귀갑문양(4겹)이 만들어지고 비석받침부분 연꽃도 활짝 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신라왕릉이나 절터에서 자주 보는 귀부. 그동안은 귀부의 머리가 거북이 혹은 용을 닮았는지 여부와 쌍귀부 혹은 단귀부가 주된 관심이었는데 이젠 달라졌다. 신라 귀부의 귀갑무늬가 어떤 경우에 왜 육각형과 변형된 곡선의 귀갑무늬로 달라지는지 하는 묘한 의문을 가져다 준 황복사지 귀부에 서서 난 새로운 문화재 산책을 떠나 본다. 사천왕사지, 남산 창림사지, 흥덕왕릉, 성덕왕릉, 무장사지, 태종무열왕릉비, 김인문비와 박물관에 있는 숭복사지비, 서동화상비등을 다시 답사하면서 보고 또 보고를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귀부의 귀갑문양(전형적인 육각형과 변형된 곡선형 문양 등)에 대한 의문을 푸는 작은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르겠다. 문화재 산책길은 끝이 없다. 한 고개 넘고 나면 무지개를 또 다른 고개 너머로 저 만치 달아나 다시 서서 포기하지 말고 계속 쫓아오라고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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