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산책(137)
누리장나무
누리장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한창 자라는 봄에서 여름에 걸쳐서는 이 나무의 근처에만 가도 독특한 냄새가 난다. 잎을 찢거나 비벼보면 더욱 냄새가 지독하다. 누리장나무의 냄새는 약간 역겨운 누린내가 난다. 그래서 누리장나무란 이름이 붙었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잎이나 꽃에서 나는 냄새는 사람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향기가 대부분이지만 냄새가 고약하게 나는 이런 나무도 있다.
누리장나무는 마편초과의 낙엽활엽관목으로 높이는 2∼3m로 자란다. 산기슭이나 골짜기의 비옥한 땅에서 잘 자라며, 우리나라에서는 황해도 이남과 일본·타이완·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다른 이름으로 개나무·노나무·깨타리?취목(臭木)?취오동(臭梧桐)?취목?향추라고 부르는 것도 이 나무의 특이한 냄새와 관련이 있으며, 냄새가 고약하여 구릿대나무라고도 한다. 황해도에서는 이아리나무, 전라도에서는 피나무, 강원도에서는 구린내나무, 경상도에서는 누룬나무?누리개나무?깨타리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잎은 마주나고 난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밑은 둥글고 톱니는 없으며 양면에 털이 나 있다. 줄기껍질은 회백색이며 줄기를 꺾어보면 속이 하얗다. 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으며 8∼9월에 피고 꽃의 끝 부분이 5개로 갈라진다. 꽃은 새가지 끝에 달리고 흰빛 또는 연분홍빛으로 핀다. 꽃받침은 홍색이 돌고 5개로 깊게 갈라지며 그 조각은 난형 또는 장란형이고 화관(花冠)은 5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핵과(核果)로 둥글며 10월에 진한 남색으로 익고, 붉은빛의 꽃받침으로 쌓여 있다가 밖으로 노출되면 마치 여인들의 저고리에 다는 브로치(brooch)처럼 생겼다.
어린잎을 나물로 먹고 잎과 꽃, 가지와 뿌리 모두가 약재로 쓰이며, 열매는 남색물감의 원료로 사용된다. 꽃과 열매는 관상적 가치가 있어서 조경수로 많이 심고 있다.
생약이름인 해주상산(海洲常山)은 잔가지와 뿌리를 말린 것이며 한방에서는 기침·감창(疳瘡)에 사용한다. 이 외에도 풍습병을 다스리고 고혈압에도 좋은 효험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누리장나무 껍질을 찧으면 끈적끈적한 진이 나오는데 이것을 토아위(土阿魏)라고 한다. 이 진은 기침을 멎게 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근육의 마비를 풀어주고 염증을 없애는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토아위는 옛날부터 학질을 고치는 약으로도 알려져 왔다.
냄새만 아니라면 가늘게 다섯 갈래로 찢어진 하얀 통꽃과 길게 삐져나온 꽃술, 그리고 채 피지 않은 창 모양의 꽃봉오리가 무척 귀여워서 가까이할 만한 나무이다.&nbsp;<경주대학교 사회교육원장 · 환경조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