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마을을 찾아서’를 다시 쓰며
신라천년의 역사문화와 민족혼이 서려있는 경주는 우리민족문화의 발상지요 인류문화유산의 보고다. 곳곳에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고 가는 곳마다 설화와 전설이 얽힌 역사의 현장이다. 마을마다 전래되어오는 오랜 전통문화와 유적, 유물, 땅이름, 골짜기, 내(川)나 강, 바위, 나무 등에 얽힌 각종 설화와 전설이 남아 있고 그 역사적 가치도 매우 높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농촌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로 수 천 년을 이어 내려온, 전승·보존되어야할 소중한 문화들이 멸실될 위기에 처해있다. 마을에 얽힌 설화나 전설, 가사 등을 선대로부터 전해 들으면서 자랐고, 전통문화를 몸소 체험하면서 살아왔던 마을지킴이 어른들이 생존해 있을 때 이를 채록해 두지 않으면 귀중한 우리민족 문화유산을 영원히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경주신문은 기획연재 ‘마을을 찾아서’를 통해 마을마다 전승되어온 소중한 전통문화를 발굴, 기록하고 널리 알림으로써 우리민족의 전통문화의 원류를 계승보존함은 물론, 향토애를 고취시키고 자긍심과 사명감을 드높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마을을 찾아서...(12)
경주시 산내면 대현2리
대현(大賢)은 경주에서 가장 높은 문복산(1013.5m)과 단석산(827m)이 만들어낸 큰 골짜기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수려한 자연경관과 동창천을 흐르는 맑은 물, 넉넉한 인심 등 살기 좋기로 이름난 마을이다. 경주시의 최남단에 위치한 대현은 경남 울주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문복산을 사이에 두고 청도군과도 맞닿아있다. 대현은 1,2,3리로 구획되어 있으며 시다마을을 중심으로 태종마을과 동편마을이 대현2리(이장 이영봉)에 속한다.
산내에서 921번 지방도를 따라 언양방면으로 동창천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대현댐을 만난다. 이 댐 상류에서 동창천 건너 동쪽에 있는 마을이 동편이고, 그 안쪽 골짜기로 시다와 태종이 펼쳐져있다.
[마을이름]
‘시다’(時多)’는 아무리 큰 가뭄에도 골짜기가 깊어 물이 마르지 않아 절후에 맞게 농사를 지을 수 있어 시간적인 여유도 많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한 태조 이성계의 강화도 회군으로 고려가 망하자 뿔뿔이 흩어진 고려유신들 중 노씨 성을 가진 장군이 이곳에서 진을 치고 후일을 도모하다가 이방원의 토벌작전에 전멸 당해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시체가 많다고 ‘시다(屍多)’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또 임진왜란 때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피난을 와서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고 하여 ‘시다’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옛날에는 범이 많아 ‘호시다(虎時多)’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시다는 경치가 아름답고 물도 좋고 들도 넓어 살기 좋은 만큼 ‘일 시다 이 방동’(살기 좋기로는 첫째 시다고 둘째 방동이다.)이라는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이곳은 과연 옛날에 피난처로 제격이었겠다 싶을 정도로 천연요새와 다름없었다. 동창천의 원류인 경남 울주군 두서면 소호리와 개울을 사이에 두고 경계를 이루고 있는 ‘태종(太宗)’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높은 곳에 마을이 있다고 하여 ‘태종 또는 태중’이라 하였다고 한다. 또 이방원(태종)이 시다에 진을 치고 있던 노장군을 치기위해 ‘노불목(盧不木-너불미기, 노장군도 모르고 있던 험준한 산목이라는 뜻)’을 넘어 이곳에 진을 쳤다고 해서 태종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범곡에서 시다로 가는 능선인 노불목은 고려유신들의 한이 서려 지금도 눈이 녹지 않는다고 한다. ‘동편(東便)’은 동창천 동쪽에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음산에 찔레 같은 생애’]
대현2리는 총 111세대 234명으로 남자 119명, 여자115명이 등재되어있으나 다른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현재 이곳에서 생활하는 가구 수는 80가구 정도이며 그중에서도 혼자 사는 독 가촌이 많아 실 거주자는 이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마을의 최고령자는 김연수(화잠댁, 92세)할머니다. 김 할머니는 허리가 굽었다 뿐이지 아직 농사일을 할 정도로 건강하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90여년을 이곳에서 살아온 김 할머니는 평생을 이 산천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온 당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대구, 부산도 모린다. (나는)음산에 찔레(와) 한가진기라” 했다.
예전에는 마을주변의 산자락에서 나물이며 고사리, 주취, 산추, 더덕 등 산나물이 많이 났지만 지금은 산이 우거져 나물은 없고 대신 노루와 멧돼지가 많이 늘어나 오히려 밭작물에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농사와 표고버섯, 곤달비 등이 생산되고 있지만 그다지 면적은 넓지 않다. 현재 산내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자리매김한 곤달비는 동편의 강복달 할머니가 재배원조라고 한다.
[용꼬리에 갈라진 바위 ‘용추’]
대현의 명소로는 용추(龍湫)가 있다. 시다의 입구에 해당하는 이곳은 계곡 전체가 넓은 바위로 구성되어 장관이다. 옛날에 이곳에는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모자랄 만큼 깊은 웅덩이가 있었는데 용이 승천할 때 꼬리를 쳐서 바위가 갈라져 지금은 작은 소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지금도 용꼬리에 갈라졌다는 바위가 계곡을 형성하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리고 대현2리에는 정신지체장애인생활시설 ‘상록수’와 노인요양원 ‘사랑의 보금자리’가 자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청소년 유스호스텔, 숭모제, 보광암, 밀양박씨 부장공파 종친회관 등이 있다.
산내면장을 지낸 이부일(전 시의원), 성윤호씨(76 대구)와 이무근 경주시 00국장 등이 이 마을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