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4일 방폐장 유치신청을 낸 경주, 군산, 포항, 영덕 등 4개 지자체가 방폐장 유치관련 주민투표를 발의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유치경쟁에 돌입되어 지자체간 유치경쟁이 뜨겁다. 특히 지난 10월8일 마감한 부재자투표 신고접수 결과 군산과 경주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급기야 일부 지자체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등 지역대결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돌이켜보면, 방폐장 부지 선정과 관련하여 우리는 지난 20년간 난항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에서 그동안의 실패를 거울삼아 특별법 제정으로 유치지역에 특별지원금 3,000억원과 원전수거물 반입수수료로 연평균 약 85억원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이전 등의 파격적인 경제적 지원책과 더불어 논란이 되어 온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분리처분을 명문화함으로써 원전시설이 있는 경주는 물론 원전시설이 없는 군산, 영덕, 포항 등의 지자체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유치경쟁에 뛰어들게 되었다.
유치경쟁 지자체 가운데 경주는 유일하게 가동 중에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4기나 있고 추가로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가 2기 도합 총 6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하는 에너지클러스터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경주시민들은 기동중인 원자력발전소와 더불어 월성원전 현장에 상당한 량(우리나라 전체의 53%)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임시저장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사실 방폐장의 유치성공여부와 관계없이 경주시민은 이러한 원전시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라면 차제에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난 중 · 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하여 경주지역 발전의 모태를 삼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 생각한다.
중 ·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란 원자력발전소내의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사용한 장갑, 작업복 등과 전국의 병원, 산업체, 연구기관에서 사용한 주사기, 시약병 등 방사선 세기에 있어 고준위인 사용 후 핵연료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너무 많은 경제적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닌가하고 우려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유치지역에 많은 지원책을 약속하고 있다.
한편 경주는 신라천년의 역사문화를 간직한 고도이고 우리는 이를 잘 보존하고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줄 책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잘 보존하고 가꿀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따라서 이제 경주도 기존에 가지고 있는 원전시설을 보다 확대 발전시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에너지클러스터지역으로 발돋움함으로써 역사문화도시와 에너지과학도시가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주는 방폐장 유치에 경쟁하고 있는 어느 지자체보다도 더 유치명분이 있고 절박한 상황이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경주시민 모두가 뜻을 모아 오는 11월2일 실시되는 주민투표에 참가하여 찬성표를 던지는 길 밖에 없다. 그동안 개인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다소의 불만이 있다하더라도 다 접어 두고 이제 경주의 미래를 위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현재 미흡하거나 드러난 문제점들은 일단 유치를 하고 난 다음 시행과정에서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경주지역에 전력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경주가 방폐장 유치경쟁에서 꼭 성공하여 동해안 에너지과학의 중심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경주시민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