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가 한창이다. 10월 초순인데 평양의 날씨는 서울의 날씨와 거의 같은 한 낮 기온이 20도 이상의 포근한 날씨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 비행시간만 정확하게 계산한다면 47분 만에 북녘 땅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직항노선으로 서해바다를 끼고 연백평야 끝자락을 지나 30분이 지나자 북한 땅이 보이기 시작했고 창문 아래로 펼쳐지는 땅은 남쪽과 똑같이 군데군데 마을을 이루고 산도 푸르고 농경지도 잘 정리되어 있으며 푸른 저수지가 가을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었다. 평양의 짙은 안개로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오전 8시에 출발한다던 비행기가 9시 25분에서야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었고 기내에서도 여러 번 들어왔던 주의사항을 정리하면서 북한 상공을 진입하게 되었다. 발아래 가까이 느껴지는 들판 사이에는 큰길이 길게 뻗어 있고 차량 통행은 뜸하고 집단 농장으로 달리는 트럭만 몇 번 지나가고 국도 주변의 조림산업은 두만 강변에서 본 북한과는 달리 생각보다는 괜찮은 편이다.
순안국제공항. 도무지 실감이 가지 않을 만큼 건물이 단조롭고 ‘김일성 초상화’만 정면에 크게 자리 잡고 있을 뿐 2층 집 공항청사가 경주시외버스터미널정도의 크기였다. 친절하면서도 간단한 빠른 입국수속을 마치고 버스에 올랐다. 중고 버스는 운전석이 오른편에 있어 일본서 수입해 온 헌 차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안내양과 함께 3명의 북측 정보원(?)이 동승하였다. 순안공항에서 평양시내로 들어가는 육로는 50리 길이었다. 고르지 못한 국도 양편에는 눈에 익은 가로수가 겹겹이 서 있다. 버드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푸라타나스와 미루나무가 초가을의 미풍에도 흔들리고 있다. 성장속도가 빠른 버드나무는 큰길가에만 크게 늘어져 있지 그 안쪽의 것은 베었다 심었다하며 연령층을 이루고 있고 건너편 농장 주변에는 농부들이 집단으로 벼베기에 여념이 없이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이 하는 일에 바쁘다. 국제공항이라면 넓은 자리를 차지하며 수많은 외국비행기들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떳다, 앉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것이 상례인데 활주로 끝에 고려항공의 자국 비행기만 서너 대 서 있을 뿐이었다.
들판을 좀 벗어나자 여기 저기 빨강 바탕의 흰 글씨로 쓴 글귀가 눈에 자주 띄었고 평양시에 들어서자 시가지 전체가 공약구호 천지였고 소름이 낄 정도로 긴장이 되었는데 지도자의 사진과 동상도 자주 눈에 들어온다.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서 있는 가로수는 거의가 은행나무로 바뀌고 노란 잎과 누른 들판이 황금색을 연출하며 초가을 햇볕에 아름다운 풍광을 이루고 있었다. 공공건물이나 가옥 주변에는 재래종 소나무가 많고 잣나무도 사이사이에 심어 푸르름을 수놓고 있으며 토종 키 큰 버드나무와 수양버들이 많이 서 있어 낯설지는 않았다.
평양을 유경(柳京)이라고 부르는 것도 다 버드나무 종류의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는 뜻에서 기원되었다는 생각이 곧 떠오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