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가을은 정 민 호 경주의 가을은 금오산 위의 하늘색이 바뀌면서 시작된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한 송이 내 눈을 씻고 경주의 하늘을 닦아낸다. 경주의 가을은 바람 타고 나부끼는 고추잠자리의 날개를 타고 온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 속으로 하얀 메밀꽃 위에 앉은 가을이 소리 없이 날아 오른다. 경주의 가을은 서천(西川) 물줄기 따라 핀 억새꽃 바람으로부터 온다. 경주의 가을은 익어 가는 능금 빛 햇살을 머금고 가지마다 숨었던 이파리 속의 과일처럼 수줍게 흰 속살 드러내며 찾아온다. [시작노트] 경주의 가을은 깨끗하고 순수하고 선명하게 찾아온다. 가을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풍겨주는 그 정서 속에 찾아온다. 선도산(仙桃山)이나 금오산의 하늘빛이 바뀌면서 경주의 가을은 찾아오는 것이다. 찾아와서는 반월성(半月城)이나 계림의 나무들을 흔드는 가을 바람 타고 오는 것이다. 경주의 서천 가에는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가을을 제일 먼저 알리는 것이 이 억새풀이다. 억새에 하얗게 꽃이 피면 처음으로 찾아오는 신선한 가을 바람이 억새꽃을 흔들기 시작하면서 경주에는 가을이 오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