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국화꽃을 어쩌면 좋겠소(奈此菊枝何)." 제발 술 좀 끊으란 아내. 조선 선비 권필(權畢)의 항변은 자못 시적이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은 꽃이여." 서정주는 봄의 소쩍새도, 먹구름 속 천둥도 한 송이 국화를 피우기 위해 울었단다. "동쪽 울타리 밑 국화를 꺾어들고 그윽하게 남산을 바라본다(綵菊東籬下 悠然見南山)." 시끄럽고 말 많은 도시를 등진 도연명(陶然明)의 경지에 이르면 비로소 국화의 진면목이 보일까.   가을은 역시 국화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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