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다. 그 한마디의 말로 벌써 풍요롭고 정겹다. 하지만 추석을 기다리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손수 추석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우리 주부들이다. 그러나 몇 세기동안 이어온 추석은 여지없이 풍요로운 음식과 미담들로 어떠한 명절보다 넉넉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부들이 힘들어도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음식을 먹으며 웃어주기에 오히려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겠는가. 주저하지 말자. 명절은 갖은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안겨주기 위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풍요로운 햇살과 곡식과 가족들의 웃음을 함께 즐기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명절 스트레스가 두려운 이들에게 추석에 대해 못다한 두 이야기를 제시한다. 마냥 추석이라고 먹고 즐기지 말고, 아이들과 작은 담소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첫째, 8월 ‘한 가운데’ 3대 명절 중 가장 으뜸 ‘추석’ 추석은 ‘삼국사기’에서 전하기를 신라 제3대 유리왕이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 두 패로 가른 뒤 7월16일부터 날마다 뜰에 모여 길쌈을 하여 밤늦게 일을 파하고는 8월15일에 이르러 그 공이 많고 적음을 살펴서 지는 편은 술과 밥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게 사례하고, 이에 온갖 유희가 함께 일어나 이를 가배(嘉俳)라 불렀다. 가배는 가부, 가뷔의 음역으로써 ‘가운데’란 뜻이니 신라의 고토인 영남 지방에서는 ‘가운데’를 지금도 ‘가분데’라고 하며, ‘가윗날’을 ‘가붓날’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8월 한가위란 8월 달 중에서도 정(正) 가운데란 뜻이니, 정 중심을 우리는 ‘한가분데’ 또는 ‘한가운데’라고 하거니와 ‘한’은 ‘제일’, ‘큰’의 뜻 이외에도 ‘바른(正)’의 뜻이 있음을 또한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는 한가위 보다 ‘추석’이라고 많이 쓰는데 이것은 훨씬 후대에 와서 일컬어 오던 것으로 한자 사용이 성행되었을 때에 중국 사람들이 ‘중추(中秋)’또는 ‘추중’라 하고, ‘칠석’또는’월석’이라는 말을 합하여 중추의 추(秋)와 월석의 석(夕)을 따서 ‘추석(秋夕)’이라 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추석에는 오랜 전통을 지닌 놀이도 다양하다. 강강술래·가마싸움·소먹이 놀이·원놀이·반보기·올게심니·밭고랑 기기·소놀이·거북이 놀이·씨름 등이 있다. 그중 대표적 놀이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강강술래는 전라남도 남해안 일대와 도서지방에 널리 전승되고 있는 여성들의 집단 놀이로써 주로 한가위 밤에만 놀아왔지만 지방에 따라서는 정월 대보름을 비롯하여 달이 밝은 밤에 수시로 놀아온 놀이이다. 고대 농경시대의 공동축제에서 노래 부르며 춤추던 놀이형태가 계속 이어져 내려오면서 점차로 오늘의 강강술래 놀이와 같은 모습으로 변화되어 오다가 임란 때 이순신이 강강술래를 군사적으로 이용해서 왜적이 스스로 돌아가게 했는데 그 후에 사람들에게 더욱 널리 알려져 내려왔다. 둘째, 가마싸움은 일명 가마놀이라고도 하는 학동들의 놀이다. 추석 전 각 서당의 학동 중 대표를 뽑고 각기 가마와 기를 만들며 가마싸움 준비를 한다. 15일이 되면 가마를 끌고 마을을 누비고 다니며 기세를 올리고 나서 넓은 마당에 달려가 가마를 부딪쳐 부서지는 편이 지게 되는 놀이이다. 이긴 편에서 그 해에 등과가 나온다나? 셋째, 소먹이 놀이는 추석날 차례를 마치고 난 뒤 알맞은 시간에 소놀이가 진행된다. 멍석 안에 두 사람이 들어가 소의 형상으로 꾸며서는 그 소를 끌고 농악대와 마을 사람들은 그 마을에서 가장 부농집이나 그 해에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사람의 집으로 찾아간다. 대문 앞에서 ‘소가 배가 고프고 구정물을 먹고 싶어 왔으니 달라’고 외치면 주인이 나와서 일행을 맞이하고 술과 떡과 찬을 차려 대접한다. 거북놀이와 비슷하지만 개인이나 가정의 복락을 위한 것이기 보다는 이 놀이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깊이 들어 있다. 넷째, 원놀이란 음력설이나 추석 명절 때 청장년들이 하는 놀이로써 지금으로 말하면 모의재판 같은 성격의 놀이이다. 한 사람을 원님으로 선발하고 나머지 학동들은 백성이 되어 사건을 놓고 판결을 받는 놀이. 즉 경북 영양·예천·문경 등지에서 전해 내려오던 놀이이며 안동에서는 주로 서당 학동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다섯째, 반보기는 추석이 지난 다음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날짜와 장소를 미리 정해서 서로 음식을 장만하여 만나 한나절 동안 회포를 푸는 것이지만 중간에서 만나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는 뜻으로 반보기라고 한다. 여섯째, 올게심니는 추석을 앞두고 잘 익은 벼나 수수 등 곡식의 이삭을 한 줌 베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묶어 걸어 두는 것으로 다음해에 풍년이 들게 해 달라는 기원의 뜻을 가졌다. 다시 말해 올게심니한 곡식은 다음해에 씨로 쓰거나, 떡을 해서 사당에 올렸다가 먹었다한다. 마지막으로 밭고랑 기기는 전라남도 진도에서는 8월14일 저녁에 아이들이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 연령 수대로 밭고랑을 기어가는데 이렇게 하면 그 아이는 몸에 부스럼이 나지 않고 밭농사도 잘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건강과 풍년을 상징하는 추석 전통놀이는 때론 군사적 성격을 지녔다가도 유희적인 성격은 물론 학술적인 면모까지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전통 놀이가 거의 사라지고 현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가 구축되고 있는 가운데 한번쯤 추석 전통 놀이에 대해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둘째, 추석 음식 만들기? 추석 음식 주문하기! 현재 우리는 스스로를 위한 투자는 시간을 얼마나 어떻게 다루는가와 상관이 있다. 또 정보의 보편화와 디지털 시대에 들어선 우리는 명절인 추석에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맞벌이와 핵가족 증가, 유교를 제외한 다양한 종교 전파 등으로 추석에 사용될 제사음식은 의미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감소하고 있는 실태다. 또한 추석에 조상을 모시기보다 연휴를 틈타 해외여행이나 가까운 휴양지를 찾는 사람들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투자로 보아야 할지, 미덥지 못한 후예로 보아야 할지 각각 다른 관점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추석은 모두를 위한 명절이라는 것이다. 추석은 시기적으로 곡식과 과일 등이 풍성한 때이므로 여러 가지 음식이 있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 제찬을 준비하는데 설날의 제찬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추수의 계절이라 햇곡식으로 밥과 떡, 술을 만든다. 이렇게 햅쌀로 밥을 지으면 맛이 좋고 기름기가 있으며 떡도 맛이 좋다.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송편을 빼놓을 수가 없다. 송편 속에는 콩, 팥, 밤, 대추 등을 넣는데 모두 햇것으로 한다. 열 나흗날 저녁 밝은 달을 보면서 가족들이 모여 송편을 만드는데 송편을 예쁘게 만들면 좋은 배우자를 만나며, 잘못 만들면 못생긴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고 해서 처녀, 총각들은 송편을 예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또 임신한 여자가 태중의 아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궁금할 때에는 송편 속에 바늘이나 솔잎을 가로로 넣고 찐 다음 한쪽을 깨물어서 바늘의 귀 쪽이나 솔잎의 붙은 곳을 깨물면 딸을 낳고, 바늘의 뾰족한 곳이나 솔잎의 끝 쪽을 깨물면 아들을 낳는다고 하여 이를 점치기도 했다. 추석의 차례상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가 바로 술이다. 추석 술은 백주라고 하는데, 햅쌀로 빚었기 때문에 신도주라고도 한다. 추석 때는 추수를 앞 둔 시기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풍족해진다. 사람들의 인심 또한 후해서 추석 때에는 서로 술대접을 하는 수가 흔하다. 또 이 때의 가장 넉넉한 안주로 황계를 들 수 있는데, 봄에 알을 깬 병아리를 길러서 추석 때가 되면 잡아먹기에 알맞게 자란다. 또 옛날에는 명절때, 어른에게 선사하는 데에 닭을 많이 썼다. 친정에 인사하러 가는 딸은 닭이나 달걀꾸러미를 가지고 갔으며, 경사가 있을 때에도 닭을 선물했고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면 손쉬운 닭을 잡아 대접했다. 녹두나물과 토란국도 추석 음식이다. 녹두나물은 소양한다고 하지만 잔치 상에 잘 오르고, 토란은 몸을 보한다고 해서 즐겼다. 그러한 재미있는 사실 아래 현재 우리는 직접 추석 음식을 만들기도 하지만 주문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적게는 몇 십 건의 주문에서 몇 백건이 넘는 주문도 거뜬히 해낸다는 J폐백의 대표 이순자씨. “일반 주부뿐만 아니라 혼자 사는 미 · 기혼 남자들도 적지 않게 주문을 한다”며 “떡과 과일, 술을 제외한 제사 음식은 모두 취급하고 있으며 가격은 5만원대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또한 갖가지 전과 튀김, 산적, 구운 조기 등 일반 가정에서 만드는 제사 음식을 그대로 주문 받고 있다. 덕분에 인기는 있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작년보다는 적은 양의 주문이 들어와 있는 상태라며 덧붙여 말했다. 이처럼 다양하게 차려지는 제사음식이 조상을 위한 일인지 정녕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서인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제사 음식을 직접 만들 수 없는 상황이거나 바쁘다면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이 오히려 합리적이고 시간도 절약되는 점에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신민영기자<onesmy@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