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석 규(환경운동연합 의장)
지난 8월 26일자 한겨례 신문에 포항시 의회 박경열 의원 외 24명이 일본 로카쇼무라핵폐기장을 견학하고 온 글이 실렸다. 박 경열 의원의 글에 의하면 방폐장 인근의 농지는 대부분 휴경지였고, 로카쇼무라산 농산물은 판매가 힘든 실정이고, 인근 지역의 땅값이 하락되었고, 저준위방폐장에는 고작 80명이 고용되어 있었으며, 핵폐기장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보잘 것 없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로카쇼무라는 저준위 매립장만 운영되고 있는 상태이고, 중준위는 저준위에 비해 위험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아직 부지도 선정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지하 100미터 암반에 매립할 예정이다. 로카쇼무라핵센터에 재처리시설 건설에 20조, 우라늄 농축시설에 2조 5천억, 고준위폐기물 저장시설 2조 등 약 30조의 예산이 투입된지 13년이 지났지만, 로카쇼무라 지역의 경제는 일본 전체 평균 소득 보다 고작 5.9%가 높아졌다고 하니, 인구 30만인 경주의 경우도 방폐장 건설 · 3000억 +α에 의한 경제적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도 13년 전 12,251명에서 현재 11,639명으로 감소했다. 한수원에서 홍보하고 있는 주민 소득 증대는 핵센터에 근무하는 2천여명의 고소득 연구원에 의한 영향이고, 재정자립도 180%는 인구 12,000명 도시의 재정이므로 크게 평가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
일본 로카쇼무라 핵센터 주변 농지는 휴경지, 해수욕장 썰렁, 지가하락, 지역경제 도움 안돼=핵센터 주변에는 영덕 고래불 해수욕장보다 두 배나 큰 해수욕장이 있었으나 여름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피서객은 물론 낚시꾼마저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또 13년 전 어부가 200명이었으나 현재는 100명 정도로 감소되었다는 것을 박경열 의원이 확인한 내용이다.
우리나라 핵폐기장의 문제는 한수원이 과장된 홍보를 하여 지자체와 시의회를 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시민의 갈등을 조장하여 목적만을 달성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로카쇼무라를 보더라도 지원금과 핵관련 시설 투자는 도시지역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경주는 천혜의 자연 환경과 문화유산, 바다를 갖추고 있는 미래 지향적인 웰빙 도시이다. 이와 같은 장점을 이용하여 특화할 수 있는 생각하는 지도자, 미래를 볼 수 있는 지도자가 경주에 필요하다. 현재의 이익을 위해 경주의 미래를 소홀히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방폐장 유치가 일시적으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지역경제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주보다 경제적 자립도가 낮고, 원자력발전소를 가지고 있는 울진, 영광, 고리도 방폐장을 포기했다. 이들 지역에도 경제를 생각하는 지도자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방폐장 유치 신청을 한 포항은 양성자 가속기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가 구축된 도시이므로 방폐장이 아니라 양성자 가속기 유치가 숨어있는 명분일 것이다. 그러면 경주의 명분은 무엇인가?
월성원전 40년 후에 철거, 핵폐기장 영원히 철거할 수 없어 경주에 남아=방폐장 유치를 반대한 영광 군수는 40년 후에 원자력발전소를 철거하여 쾌적한 자연 환경을 돌려받아 웰빙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의 설계 수명은 40년이므로 그 기간이 지나면 철거할 수 있다. 월성원전은 상업운전이 끝나는 시점부터 경주에서 사라질 것이다. 현명한 지도자를 만나, 영원히 철거할 수 없는 시설로 알았던 남산의 경주교도소가 32년 만에 철거되듯이 언젠가는 월성원전도 철거될 것이다. 그러나 핵폐기장은 300~400년 후에도 영원히 철거할 수 없는 시설로 경주에 남아 있게 된다.
역사문화도시는 경주를 세계화할 수 있는 희망찬 과제다. 경주의 미래를 위해 만든 고도보존법은 경주 시민들에게 밝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 주고 있다. 방폐장 유치 찬반으로 주민들의 감정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는 지금, 미래를 꿈꾸게 한 정책을 세웠던 그 시절, 또 방폐장을 반대했던 지도층 인사가 있었던 과거가 새삼 생각난다.
방폐장 유치 찬성과 반대는 모두 경주 사랑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투표의 결과에 따라 지역 이미지 실추, 각종 브랜드 가치 하락, 농·수산물 구매력 약화, 지가 하락, 지역 인구감소 등에 의해 경주의 미래는 180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존경하는 경주 시장님, 유치 추진 위원장님은 아직까지 경주의 지도자이다.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 찬·반 갈등을 초래하는 상호비방을 중단하고 미래 경주를 위한 현명한 판단을 한다면 경주의 지도자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