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태풍 나비의 간접영향권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바람과 함께 집중폭우가 쏟아져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567mm의 엄청난 강우량을 기록했던 양북면에서는 여고생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는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다. 곳곳에서 하천제방이 터지고 산이 무너져 내리고 도로가 유실되었으며 정전사고도 있었다.
농작물피해도 적잖았다.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벼들이 비바람에 쓰러지고, 최근 파종하기 시작한 무, 배추 등 가을 채소들이 수난을 겪었다. 특히 수확을 앞둔 배, 사과, 감 등 과일들이 태풍에 직격탄을 맞아 대량으로 떨어져 농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관계기관은 무엇보다 먼저 수해에 대한 빠른 복구로 주민들의 생활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반경 650km에 이르는 초특급 태풍인 나비가 우리나라로 상륙할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나올 때만해도 ‘매미’ 이상의 큰 피해가 우려되었다. 다행히 진행과정에서 진로를 바꿔 일본 쪽으로 비켜가는 바람에 그나마 피해가 줄어든 것이다.
기상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태풍은 1년에 10여개가 발생하고 그중 2~3개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 등 환경변화 때문에 갈수록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하고 그 위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젠 태풍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비켜가기만 바라는 안이한 방식으로 요행이나 바라서는 곤란하다. 태풍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방재대책이 마련되어야한다.
매년 낙과피해를 입는 과수농가의 경우 방풍망 설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 농가부담을 줄여주면서 해당 농가에 대한 적극적인 지도를 통해 그 설치를 전면적으로 확대하여 소중한 과일의 낙과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등의 구체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큰 재앙을 입고 난 후에 엄청난 복구비용을 쓰는 미련에서 벗어나야 한다. 게릴라성 집중호우에 대비한 과학적이고 종합적인 점검과 대비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