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나무는 가래나무과의 낙엽활엽 교목으로, 추자목(楸子木)이라고도 하고 열매 속의 씨를 추자(楸子)라 한다. 호도나무와 비슷하여 사촌나무라고도 한다. 그러나 호도나무가 수입종인데 비하여 가래나무는 우리나라에 본래부터 자라던 자생나무이다. 가래와 호두에는 지방유(脂肪油)와 단백질 및 당분을 비롯하여 무기질, 망간, 마그네슘, 인산칼슘, 철, 비타민 등이 들어있는 보양식품이라서 예로부터 널리 심었다. 호두나무의 원산지는 페르시아, 오늘날 이란을 비롯한 중동지역이다.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씨의 모양이 오랑캐 나라에서 들어온 복숭아를 닮은 나무란 뜻으로 호도(胡桃), 혹은 호두나무라고 부르게 되었다. 가래나무는 수평적으로 소백산·속리산과 경기도이북에 자라며, 수직적으로는 해발고도 100~1,500m의 산기슭과 골짜기에 자생하는 나무이다. 그러나 호도나무는 주로 해발고도 500m 이하의 경기도 이남지방에서 과실나무로 심어 기르는 나무이다. 이렇게 두 나무는 비슷하지만 생육조건이 다르다. 옛 기록에 보면 가래나무와 호두나무를 엄밀하게 구분해서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 경상도에서는 호도나무를 추자나무라고도 한다. 가래나무와 호두나무의 다른 점은 가래나무의 나무껍질은 자라면서 세로로 갈라지지만 호도나무는 잘 갈라지지 않는다. 가래나무의 씨는 끝이 뾰족한 달걀꼴이며 열매의 껍질에 털이 있지만 호두나무는 둥그스럼하고 겉에 털이 없다. 씨의 딱딱한 겉껍질을 깨뜨려 보면 내부 모양이 추자는 2개의 방인데 호도는 4개의 방으로 갈라져 있다.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을 꺼내어 먹는데 추자가 호도보다 더 고소한 맛이 난다. 가래나무의 추자(楸子)를 둥글고 작은 것을 가지고 염주를 만들고, 큰 것은 단주를 만들어 갖고 다니면 귀신을 쫓는다는 미신적인 이야기도 있다. 혈액순환과 지압을 위해서 추자 두 알을 손 안에 넣어 마주 비비기도 하는데 요즈음 추자를 닮은 인공 제품이 나오기도 한다. 옛 중국에서는 임금의 시신을 넣는 관을 재궁(梓宮)이라 하는데 가래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가래나무는 질이 좋은 나무라고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walnut이라는 이 나무는 최고급 가구를 만드는데 쓰인다. 재질이 치밀하고 질기며 뒤틀리지 않아 가구재·기계재·총대·조각재로 쓰인다. 한방에서는 봄에서 가을사이에 나무의 껍질을 말린 것을 추피(楸皮)라 하며 수렴과 해열, 눈을 맑게 하는 등의 효능이 있어 장염·이질·설사, 눈이 충혈하고 붓는 통증 등에 처방한다고 한다. 씨앗 속에 들어 있는 부분을 날 것으로 그냥 먹거나 요리하여 먹고, 기름을 짜서 먹기도 한다. 또 동의보감에 보면 ‘가래나무 껍질은 성질이 차며, 맛이 쓰고, 독이 없고 피부 층을 죽인다. 고약을 만들어 악창, 누창, 저창, 음종 등을 낫게 하는데 피고름을 없애고 새살이 살아나게 한다’하여 약제로도 널리 이용된 것 같다. 옛날 산골에서는 덜 익은 열매를 두들겨서 냇물에 풀어 독성으로 물고기를 잡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잡는 방법을 가래탕이라고 불렀다. <경주대학교 사회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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