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글래디스가 휩쓸고 간 상처는 컸다.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경주군은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로 각계의 구호물품 뿐만 아니라 인근 시군에서 장비가 투입되는 등 피해 주민들의 희망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당초 언론보도에서 가장 피해가 큰 것으로 보도됐던 안강읍과 천북면 등을 제외하고도 경주군 전역에 걸쳐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다.
당시 경주군이 집계한 피해 규모는 450억원 규모, 이중에 형산강 범람과 시가지 침수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모았던 안강읍은 총 피해액이 37억6천여만원(경주군 재해대책 본부 집계)으로 나타났으나 오지 지역인 산내면은 2배에 가까운 70억원, 이동읍 60억원, 건천읍 46억원, 양남면 43억원 등 오히려 안강읍 보다 피해가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복구 10일째까지 불도저, 굴삭기, 덤프트럭 등 총 1천878대가 투입됐으나 30%가 넘는 625대가 안강 지역에 집중 배치된 반면 산내면에 126대, 양남면에는 59대만 배치돼 3만여평 이상의 농경지가 하천으로 변해버린 양북면 대종천 유역 등지에는 손도 대지 못한다며 주민들의 원성이 높았다.
10만여명에 달하는 경북도 공무원과 군인, 주민 등 복구인력 지원도 1/3이상이 몰렸다. 안강은 현지 주민들을 포함한 6만여명의 인원으로 좁은 시가지가 인력으로 넘쳤으나 산내면과 양북면, 양남면, 외동읍 등지가 소외되자 지역 군 의원들이 군 의원들이 군청을 찾아가 지원을 요구하는가 하면 공무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마을피해 줄이려다 숨진 이를 위해
외동읍 문산1리 주민들 공덕비 세워
▶최기남씨 위해 주민들 공덕비 세워 애도=1991년 8월31일 경주시 외동읍 문산1리에서는 태풍 글래디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다 숨진 한 주민을 애도하는 행사가 있었다.
이날 주인공은 문산1리 새마을부녀회원 최기남씨로 최씨는 8월23일 오후 5시경 불어난 물로 봉괴 위기에 놓인 마을 옆 모화천 제방보수 작업을 하다가 넘어진 전신주에 까려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에 마을 청년회 등이 나서 공덕비를 세우고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