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백과가 풍성하게 영글어 가는 8, 9월 하고도 석양 노을이 붉게 타오를 즈음에 가장 가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난 미탄사지를 권하고 싶다. 삼국유사에 ꡒ최치원은 본피부 사람이었으며 지금 황룡사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미탄사의 남쪽에 그 집터가 있다고 하고 있다ꡓ 라는 기록으로 미루어 현재의 황룡사터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논 가운데 작은 아담한 석탑하나가 보이는 곳을 사람들은 미탄사지로 추정하고 있다. 고속주유소에서 포항가는 도로를 타고 철길지하도를 건너 황복사지가는 농로길 입구 부근에 차를 세우고 도로건너 서편 농로길을 조금 내려가면, 선도산과 송악산 너머 붉게 타오르는 석양빛에 긴 그림자가 가을 들판에 살포시 누워있는 전 미탄사지 삼층석탑을 만나게 된다. 미탄사지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남산, 선도산, 송악산, 소금강산, 명활산, 낭산이 둥글게 둘러쳐 있고 안압지, 반월성, 황룡사지, 전도림사지, 독서당이 시야에 바로 들어온다.
지금의 미탄사지 삼층석탑은 1980년에 복원되었으며, 당시 발굴 조사에 의해 이 곳 절터에서 당삼채 도침편, 석재불두, 이형금동제품 등 많은 유물이 발견되었는데, 특이한 것은 보상화문전범(寶相華紋塼范)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한다. 전범(塼范)은 기와를 만드는 거푸집 틀을 말하는데 보상화무늬의 기와를 찍는 거푸집 틀을 말한다.
참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지난 8월 2일 석양 즈음에 미탄사지를 찾아 이곳 저곳 둘러보다 발길에 받치는 느낌이 이상하여 내려다 보았더니 보상화문의 기와조각이 땅속에 박혀져 있는 것이 아닌가? 참 신기하다 싶어 먼지를 털고 잔디에 놓은 뒤 디카로 사진을 찍고 삼층석탑 옆에 잔디에 앉아 서쪽 하늘 선도산과 송악산 봉우리가 석양에 갖가지 색깔로 변해가는 모습을 한참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미탄사 삼층석탑은 현지에서도 좋지만 석양이 질 즈음에 또는 달 밝은 밤에 황룡사 9층목탑터에서 바라보면 그 또한 일품이다. 또 낭산 독서당에서 내려다 보면 미탄사지 삼층석탑을 중심으로 온통 녹색물결이 춤추는 듯 하다. 석양이 질 즈음에 미탄사지를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붉게 타오르는 가을 석양에 비치어 푸른 잔디에 드러누운 삼층석탑의 그림자를 베개삼아 누워 하늘과 석탑과 석양을 바라보면 그 또한 더 멋진 추억의 답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