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부석사, 법주사, 연곡사. 국보지정문화재를 2점 이상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사찰이다. 이 중에 비교적 일반인들의 발길이 드물어 조용한 분위기에서 답사를 즐기고 다른 사람들의 방해 없이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는 곳은 연곡사가 제일이다.   연곡사는 전남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지리산 자락에 있는 사찰로 화엄사의 말사다. 이곳에는 동부도(국보53호), 북부도(국보54호) 이외에도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 현각선사탑비, 동부도비, 서부도 등 여러 문화재들이 있다. 특히 부도탑을 보고 싶어 하는 답사객들에겐 선호도 1위. 물론 불국사 석굴암의 불교조각품들도 아름답지만 연곡사 동부도(국보53호)의 옥개석 처마 끝 손가락 굵기만한 수막새 기와에 연꽃무늬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면 󰡐아하! 어떻게 이렇게 작은 부위까지 빠짐없이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연곡사는 544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임진왜란과 6.25 때 두 차례나 소실되어 현재의 건물들은 1965년과 1981년에 새로 지어진 것이다.   워낙 오래된 소중한 문화재가 많은 경주지역에서 살다보면 󰡒국보 또는 사적지로 지정된 그리고 최소한 신라시대의 유물이 아니면 잘 쳐다 보지도 않는다.󰡓는 잘못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기 십상이다. 답사가면 으례히 󰡒이거 신라시대꺼 맞죠?󰡓하면서 고려시대 이후라면 관심도가 뚝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경주남산의 불상이나 탑 유적은 모두 신라시대 것이다.󰡓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참 고치기 힘든 잘못된 버릇이다.   나 자신도 연곡사를 답사했을 때 󰡒여기에 국보로 지정된 부도가 2점이나 있다󰡓는 말에 사찰 입구 왼쪽에 서 있는 삼층석탑(보물151호)을 지나 절 왼쪽 산길로 올라가 현각선사탑비(보물152호), 서부도(보물154호), 동부도비(보물153호)를 볼 때는 사진만 찍고 안내판을 대충 읽고 지나쳤고, 북부도(국보54호)와 동부도(국보53호) 앞에서는 제법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이리보고 저리보고 수 십 장의 사진을 찍곤 했다. 물론 국보로 지정되었으니 다른 것보다도 예술적 문화적 가치야 더 높겠지만 집에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아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아쉬웠던 점은 연곡사 입구 왼쪽에 서 있던 통일신라 말기의 삼층석탑이었다. 평범한 탑이지만 자세히 보면 기단부가 3층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석가탑이나 고선사지 탑을 비롯한 우리가 보아온 거의 모든 석탑들은 기단부가 1단 내지는 2단(하단과 상단)으로 정형화 되어있다. 그런데 연곡사 3층석탑은 󰡐기단부가 3단으로 된 참 보기 힘든 특이한 양식󰡑으로 되어 있어 탑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깨뜨리는 󰡐파격의 미󰡑를 보여준다. 문화재 답사를 할 때는 국보나 사적지 또는 보물이나 비지정 문화재 따위의 선입견을 버리고 있는 맑고 깨끗한 그리고 호기심 어린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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