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 세상 - 95
비어 있는 계곡
최 동 호
고려대 교수.<서정시학>주간
숲 속의 미로에서 듣고 있는
뻐국새 소리
어쩐지
저승 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같이 적막하다.
길 잃은 뻐꾹새가
이승의 한쪽을 헤매다가
울고 있는 것일까.
자라는 무덤풀 귀신처럼 부푸는 6월에
반짝이는 나뭇잎에서 일어나는
바람소리에도 숨이 막힌다.
풀냄새 울컥이는 젖은 흙위에
고단한 등뼈 눕히고
먼 산 하늘을 바라본다.
텅 빈 무덤 같은 계곡에서
뻐국새가 부르고 있는지
누가 소리치고 있는지
날아가는 새 그림자
푸른 산 능선 너머 숲으로 사라진다.
시 평
자연친화적인 작품으로 읽힌다. 시인이 바라보는 것은 허공이며 듣고 있는 것은 뻐꾹새 소리다. 그리고 시인이 와 있는 곳은 여름의 깊은 계곡이다. 󰡐바람소리에도 숨이 막히󰡑며 󰡐무덤풀 귀신처럼 부푸는 6월󰡑이다. 이처럼 숲속은 싱그러움의 절정에 놓여있는데 시인은 󰡐풀냄새 울컥이는 젖은 흙위에/고단한 등뼈 눕히고 대자연의 숨결을 만끽하는 것이다. 아니 공(空)의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적막 속에 󰡐뻐꾹새 소리󰡑는 어쩌면 이승의 소리같지 않음으로 느낀다. 그러니까 영혼의 길을 밝히는 존재로의 위안의 대상이 된다. 거기다가 󰡐뻐국새가 부르고 있는지 누가 소리치고 있는지󰡑 계곡에서 들려오는데, 그 순간 󰡐푸른 산 능선 너머 숲으로󰡑 날아가는 새 그림자는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무거운 육신 벗지 못하는 시인 자신의 이승의 고뇌와 훌훌 털고 날아가는 새의 가벼운 영혼과 교차되면서 긴장을 고조시킨다. 이 시가 자연친화적인 숨결를 동반하면서 거기서 찾고자 하는 것은 자아에 대한 성찰이다.
<서지월 / MBC문화센터 문예창작 지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