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산책70제1, 제2, 제3의 여근곡(女根谷)   선덕여왕 5년(636)에 백제병사들이 숨어 든 골짜기가 공교롭게도 풍수지리학적으로 음기가 센 여근곡이었으니 당연히 몰살당할 운명이었나 보다.   여자의 성기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여근곡(女根谷)은 선덕여왕의 3가지 지혜에 관한 전설이 서려있고 너무나 유명한 곳이라 굳이 추가 설명이 필요가 없는 곳이다.    그런데 며칠 전 경주박물관에서 향토문화재해설가인 박지원씨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경주에는 여근곡이 세 곳이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겨 현장을 함께 답사하기로 하고 차를 몰았다. 제1의 여근곡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기록에도 나오는 경주시 건천읍 오봉산 자락의 여근곡으로 국도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금방 눈에 들어 온다.   제2, 제3의 여근곡이라! 어디일까? 무척 궁금했는데 박지원씨의 설명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감은사지와 장항사지가 그곳이란다. 문화재 애호가라면 수 십번도 더 답사하는 곳인데 그 곳에 여근곡이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서 박지원와 함께  장항사지에 가보았다. 잔뜩 부풀은 호기심과 의구심을 함께 가진채 박지원씨의 안내로 장항사지 서탑 북쪽 5~6미터 쯤에 서서 남쪽을 바라보았다. 아니! 정말 신기하였다. 정면에 바라다 보이는 남쪽 앞산에 여근곡 형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 참 신기했다. 또 차를 몰아 감은사지 강당 자리에서 남쪽을 바라다 보니 또 다른 여근곡 형상이 정면의 남쪽 산에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박지원씨는 우리나라 최고의 목수로 알려진 신영훈씨가 쓴 󰡐불국사󰡑란 책에서 제2, 제3의 여근곡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설명인즉 감은사지와 장항사지 양 절터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앞산이 여근곡의 형상이므로 풍수지리학적으로 음기가 센 곳이므로 이 기를 눌러 음양의 조화를 이루려면 남근 형상인 탑을 세우면 되기에 절을 짓고 탑을 세웠다는 것이다. 아마 음기를 확실하게 누르기 위해선 탑도 하나가 쌍탑을 세우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추측도 할 수가 있다.   집에 와서 건천의 오봉산, 장항사지, 감은사지에 있는 제1, 제2, 제3의 여근곡 사진을 비교해보고 그부분을 점선으로 그려보면서 문화재 답사의 새로운 보람을 느꼈다. 친절하게도 그 다음날 박지원씨가 자신이 먼저 읽었다는 신영훈씨의 󰡐불국사󰡑 란 제목의 책을 빌려주길래 보았더니 감은사에서 보이는 여근곡은 지금보다는 가을단풍이 들 때 더욱 선명해 보였다.   책을 쓴 신영훈씨의 독백처럼 󰡐수 십년간 그렇게 많이 찾았던 유적지인데도 그 유물유적에만 관심을 두었지 앞산에 여근곡이 숨어 있었는 지는 미처 몰랐다󰡑는 말은 우리 같은 평범한 문화답사애호가들도 꼭 새겨들을 만한 좋은 이야기다.   늘 새로운 문화재 지식에 목말라하고 많이 다니고 책을 보고 연구하는 문화 해설가 박지원씨와 함께 한 제2, 제3의 여근곡 답사일정은 그 진한 문화향기를 오랫동안 간직할 보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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