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상징하지 못할 󰡐상징물󰡑은 반대한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이라면 세계관광시장에서 한국관광의 경쟁력이 그다지 시원치 않음을 느낀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경주관광이 세계관광시장에서 점하는 위치를 생각할 때 많은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동양적 정신세계에 기인한 작지만 무한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몰이해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독특한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세계관광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부분의 명소들을 가보면 일단은 그 규모면에서 보는 이를 압도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 신라천년고도 경주에 대한 일종의 자만으로 살아온 경주사람들의 경우 이럴 때 일종의 허탈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한국관광의 얼굴이라고 일컬어지는 경주는 규모면에서도 그들과 겨룰만한 뭔가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 대표적인 대안이 황룡사 복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뜻있는 사람들이 황룡사복원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경주엑스포공원에 상징건축물을 세우겠다고 했을 때 많은 시민들이 내심 고개를 갸우뚱하며 미심쩍어 하면서도 황룡사 9층탑에 버금가는 경주를 상징할만한 거대한 그 무엇인가를 만들겠다는 취지에 그나마 고개를 끄떡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 이 상징건축물이 신라천년고도를 상징하는 거대한 상징건축물 건립이라는 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그저 초라한 볼상사나운 조형물에 그칠 것으로 보여 심히 우려된다.
처음엔 황룡사 9층탑을 형상화한 건축물을 짓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지하 1층, 지상 4층의 건축물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마저 예산부족으로 설계변경을 통해 그 규모를 축소했다고 한다.
경주의 상징물, 그것은 곧 대한민국의 상징물이나 다름없는 것이고 최소한 수백, 수천년은 내다보고 계획하고 만들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단기적인 안목과 졸속으로 성과위주로 계획을 추진하다보니 불과 몇 년도 못가 후회할 일을 도모하는 것이다.
경주엑스포공원의 상징건축물건립은 신중해야하며 예산부족을 핑계로 졸렬한 조형물을 만들어 제2의 경주실내체육관이 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