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 세상 - 94
내 마음 머문 곳엔
김 대 원
경주문인협회회원
내 마음 머문 곳엔 흰눈이 와요
무수한 신비를 하늘에 채우고
끝없는 평화를 대지 위에 뿌리고
포근히
소리 없이
흰 눈이 와요
내 마음 머문 곳엔 진달래도 피어요
산기슭 숲속에 진달래 피어요
꾀꼬리 노란 깃 유유히 펴고
불타는 산천을 우회전하며
끝없는 평화를 노래하고요
내 마음 머문 곳엔 이루어져요
내 마음 머문 곳에 평강왕이 계시기에...
시 평
평범한 듯하면서 울림을 주는 것은 이 시가 갖는 역사성이라 할 수 있는 `평강왕`의 등장이다. 모든 만물의 이치와 조화가 하늘에 있고 왕의 치국에 달려있었던 왕조시대에는 백성의 소리가 하늘의 뜻 다름아닌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는 것이다.
시인은 `평강왕`이 존재하기에 태평성대를 이루고 있다고 여기는, 바로 그 신라정신을 오늘에까지 내림해 노래하고 있는게 놀랍다. 많은 자연세계를 나열하지 않고 `흰눈`과 `진달래`, `꾀꼬리` 등 몇 가지 정황으로 짜여진 예다. 그렇다, 항시 우리의 보이지 않는 마음 속에는 국선사상이 민족의 영원불멸한 기상으로 자라잡고 있는 것이리라.
<서지월 / MBC문화센터 문예창작 지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