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교수의 꽃․나무 산책 119
층층나무
우리나라 전국에 걸쳐 흔하게 자라는 층층나무는 낙엽활엽교목으로 키가 약 20m까지 자라며, 지름이 한아름에 이르기도 한다. 나무의 가지가 뻗어 이루는 모습이 계단상으로 탑을 쌓은 것처럼 층을 형성하여 층층나무라고 이름 지었다. 한 마디마다 규칙적으로 가지가 돌려가면서 가지런한 층을 이루어 옆으로 뻗기 때문이다. 모양새가 너무 독특하여 한번 보면 잊어버리지 않는다.
나무의 자람이 주위의 다른 나무보다 훨씬 빠르고 쑥쑥 올라오면서 가지가 넓게 퍼진다. 태양광선을 많이 독차지하여 나홀로 빨리 자라겠다는 고약한 심보를 가진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나무 중에는 이런 나무들이 더러 있는데 󰡐숲 속의 무법자󰡑라고 할 수 있다.
층층나무는 소나무와 참나무처럼 같은 나무끼리 모여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법이 없다. 너무나 이기적이다 보니 동종(同種)간의 경쟁을 피하고 다른 나무를 제압하여 나 홀로 자랄려고 한다. 외톨이로 한 나무씩 자라야 자람에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아는 것을 보니 층층나무는 지능이 높은 가 보다. 그러나 머리를 굴리며 살아가는 층층나무의 영특함이 얄미워진다.
숲 속의 나무들이 살아가는 방식도 우리 인간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약육강식의 살벌한 분위기는 아니더라도 생존경쟁이 치열하여 싸움에 진 나무들은 서서히 도태되어 사라져 간다. 그러나 층층나무와 같은 얌체 나무들은 그리 흔치 않고 대부분의 나무들은 적당히 경쟁하여 필요한 수분과 태양광선을 나누어 가지면서 사이좋게 살아간다.
그 중에는 아예 일찌감치 경쟁을 포기하고 큰 나무에 가려진 음지의 환경을 나름대로 적응하는 나무도 있다. 나무들은 빛을 받아 광합성작용을 하여 인간에게 산소를 공급해 주고 탄수화물이란 물질을 만들어 스스로 자람에 필요한 영양분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숲 속에서 잠깐 들어오는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 보겠다는 몸부림이 일어난다.
층층나무의 어린가지는 겨울이면 붉은 빛이 강하다. 나무껍질은 지름이 거의 한 뼘이나 될 때까지는 갈라지지 않고 매끄러운 회갈색이나, 나이를 더 먹어 가면 진한 회색의 얕은 세로 홈이 생기면서 갈라지고 때로는 흰 얼룩이 생기기도 한다.
목재는 안팎의 구별이 없이 연한 황백색이며 나이테가 잘 보이지 않고 나무질이 치밀하다. 나무의 세포가 모여 있는 상태가 글자를 새겨 넣기에 알맞다. 그래서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을 새기는데 산벚나무, 돌배나무와 함께 몇몇 경판재로 사용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늦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햇가지 끝에 흰색이 도는 작고 편평한 우산 모양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며, 꿀이 있는 밀원식물이다. 열매는 둥글며 가을에 붉은 빛을 띤 검은색으로 익는데 아름답다. 이 열매는 산새의 좋은 먹이가 되므로 새를 유인하는 수종 중의 하나이다.
층층나무는 속성수로 빠른 시일 내에 경관조성이 필요할 때 심는 조경수이며, 공원이나 넓은 지역에 몇 주 심어 우산과 같은 수형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가로수로도 심어 볼 가치가 있는 나무이다.
깨끗한 나무 속살의 특성을 살려 작은 나무인형을 만드는데 귀하게 쓰이며, 민간에서는 나무껍질과 잎을 강장 등의 약으로 쓴다고 한다.
<경주대학교 사회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