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민주화와 사법개혁
경주경찰서 유치관리팀장 경위 오건수
우리의 사법구조는 태생부터 불행한 출발을 하였다. 미군정기 `수사는 경찰에 의하여 수행되어야 하며, 이는 검찰이 아니라 경찰의 기능이다.`(미군정 훈령 제3호)라고 하였으나,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일제경찰의 잔재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수사권은 검찰이 가지게 되었다. 물론 장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키는 방향이 좋겠다는 의견만을 남겨 놓은 채로. 이후 쿠데타에 의해 불법으로 권력을 찬탈한 당시의 군부집단은 국가의 민주화를 크게 위축시키면서 검찰의 권력을 더욱 무소불위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어떤식으로든 권력을 장악한 집단은 대중민주주의에 종속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데 외적인 제약이 주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를 본 한 외국 칼럼니스트가 쓴 칼럼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현재 진행중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에 검사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이 논쟁에서 `검사가 심문의 목적으로 피의자나 증인을 공공의 시선으로부터 격리시켜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인권신장을 위한 우리나라의 개혁조치가 검사들의 집단반발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감 마저 표시하고 있다.
아울러 검사들은 이러한 권한이 없으면 능률적으로 범죄자를 기소하거나 부패수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사들의 진짜 속내는 검사 권력의 원천인 닫힌 문(검찰 조사실)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국의 국민들이 들여다보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며, 이것은 중세암흑시대에 벌어졌던 논쟁 바로 그것임에도 한국에서는 이것을 눈치 챈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어이없어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는 민주주의가 한 엘리트 집단의 선언이나 선동․선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중민주주의라는 기능적․제도적 민주주의로만 이룩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적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가 무엇인가를 서로 다른 식으로 할 때에만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민주주의가 삼권분립을 전제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본다면, 출근하는데 손수 운전하는 것보다 지하철을 타면 시간이 덜 걸린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모두가 지하철을 탄다는 조건에서 도로 건설에는 투자하지 않고 지하철만을 탄다면 끔직한 교통대란이 발생하고 말 것이며 또 그 대란을 치유할 방법조차 없게 된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손수 운전을 하고 나는 지하철을 탄다면 운송수단은 지하철만을 탈 때 보다 더 쾌적하고 안락하게 변해갈 것이며 교통대란의 문제도 없고, 설사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대체수단이 있으므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지 않을 것이다.
사법제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재와 같이 사법의 시작인 수사개시부터 사법의 전 과정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한 현 검사제도는, 한 가지 운송수단만을 이용하는 것과 같으며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를 상실한 후진적 사법제도로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지만 사법권력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사개추위에서의 공판중심주의나 배심원제도를 통한 국민참여형 사법시스템으로 사법개혁, 경찰에서의 업무의 분배를 통한 견제와 균형의 수사권 조정요구, 이는 대중적 민주주의를 위한 정당한 바램일 뿐임에도 검찰의 반발에 막혀 있다.
유엔인권위원회 칼럼리스트인 마이크 와이스 바트도 결론적으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세력에게 개혁을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국민들이 직접 후진적 사법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설 때만이 시민적 관점에서 시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짐을 말하고 있다. 무소불위 검사제도의 개혁도 한 개인에 의해서는 불가능하며 바로 시민의 힘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