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과 역사문화관광 도시 경주 최 석 규 경주환경운동연합 의장 서라벌대학 교수/환경공학박사 핵 폐기장! 20여년 끌어온 핵 폐기장이 종지부를 찍기 위해 최후의 몸부림을 하고 있다. 1986년 영덕, 울진 유치 실패를 시작으로 2001년 부안 사태를 일으키며,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민심을 이반시키고, 공동체 의식을 파괴시키는 핵 폐기장 건설이 신라의 1000년, 대한 민족의 정신적인 고향인 경주에까지 왔다. 시민이 뽑은 시의회는 시민의 뜻을 무시하고 전국에서 최초로 핵 폐기장 유치 찬성을 의결하였고, 경주 시가지 전체에 핵 폐기장 유치 찬성의 현수막이 흩날리고 있다. 이제 시의회가 주축이 되어 “핵 폐기장 유치단(국책사업 경주 유치단)”을 조직하고, 시민을 설득하는 보기 드문 꼴이 전국 메스컴에 의해 관심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주시는 각종 암을 발생시키는 방사선이 포함된 핵 폐기물을 매립하는 핵 폐기장이 생활 쓰레기, 음식 쓰레기를 매립하는 일반 쓰레기 매립장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다. 또 핵 폐기장이 유치되면 경주시민 모두가 다 잘 살 수 있게 된다는 식으로 시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신라인이 우리에게 물려준 1,000년의 문화유산을 우리는 후세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하는 책임도 있지만, 또한 경주에 맞는 문화유산을 창출해야 할 의무도 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1천년 후에도 후손들이 원망하지 않는 문화유산이어야 할 것이다. 결코 핵 폐기장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남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실패한 문화유산이 되어 우리 후손들에게 원망스런 잔재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핵 폐기장은 천년을 지켜온 경주 문화유산과 궁합이 맞지 않고, 또 경주 비전 21의 ‘살기 좋은 경주 만들기’와는 코드가 맞지 않는 시설이다. 핵폐기물이 위험한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핵 폐기장 유치에 3,000억 +α 을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만약 핵폐기물이 안전하고, 지역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굳이 특별지원금이니, 관련 기관 이동이니 하면서 덤으로 주는 식으로 부지 선정에 온갖 방법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원금에 대한 지원 시기 및 방법도, 한전 등 공공기관의 이전도 법제화 되어 있지 않은 현실이다. 또 특별 지원금은 핵 폐기장 유치가 확정된 이후 2-3년간의 건설기간에 해당 지역에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05.5.27/세계일보). 경주는 참 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고, 말대꾸조차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핵 폐기장 유치단”은 유치 찬성 홍보를 한수원에만 맡겨 놓고, 경주 시민들의 목소리는 담아 내지 못하고 있다. 경주는 한수원 핵 폐기장 유치 시험대로 이용당하고 있다. 참여 정부는 결코 경주를 핵 폐기장 지역으로 선정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의 장기 종합 계획에 따른 경주의 미래 트랜드는 ‘국제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이기 때문이다. 경주시는 태권도공원, 경마장의 유치 실패의 경우처럼 핵 폐기장 유치의 실패도 반대한 시민단체와 시민의 탓으로 돌릴 것인지 묻고 싶다. 언제까지 책임 없는 행정 공방을 일삼을 것인가? 또 어떤 이슈로 시민을 우롱할 것인가? 주장이 다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해 공작을 서슴지 않는 현실이 경주의 미래를 걱정하게 한다. 경주시는 핵 폐기장 유치 반대에 동참했던 A연구소, B단체 등에게 단체 지원금을 핑계로 탈퇴를 종용하고 있고, 또 지난 25일 시의원 간담회에서 핵 폐기장 유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불이익을 주는 문제를 제기했다는 지역 신문의 기사는, 우리를 다시 한번 더 놀라게 하고 있다. 핵 폐기장은 매립 완료 후 300-500년 동안 관리해야할 시설이므로 위험성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핵발전소를 가지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핵 폐기장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아직까지 영구 핵 폐기장을 마련한 나라는 거의 없다. 특별지원금도 경주 시세에 비해 너무 적은 액수이기 때문에 경주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한전 등의 공공기관 이전도 아직 유동적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방사능 폐기물이 경주로 집결된다면, 국제 관광도시 경주에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 것이다. 또 이로 인하여 청정농산물의 지역 브랜드화가 불가능하고, 웰빙 조건을 요구하는 국제 관광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가 없어 관광객이 감소하고, 아울러 수산물, 축산물의 가치도 하락하는 등, 경주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환경운동을 접는 심정으로 핵 폐기장 유치를 반대하고자 한다. 이 길만이 경주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화시민 경주인은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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